여기에는 경남관광이 기존의 문화역사 위주의 관광에 치우쳐 체험이나 쇼핑, 먹거리 등의 최근의 관광 경향을 따라가지 못하고 인근 부산이나 전남 등 타 시·도로 가기 위해 스쳐지나가는 경유지에 머물고 있다는 뼈아픈 분석도 있다.
도내 관광 전문가들은 “이제는 코로나가 가져온 여행·관광의 새로운 수요를 잘 파악해 경남의 새로운 주력 산업으로 관광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도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에 꺾인 관광업 성장세
코로나19 이전 경남의 관광업 성장세는 전국 평균보다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며 탄력을 받고 있었다.
관광산업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이전 2013년부터 2019년까지 6년간 경남의 연평균 관광업 매출액 증가율(7.0%)과 관광업 종사자 증가율(6.7%), 방문자 증가율(8.2%)이 모두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인 2021~2022년에는 경남지역 관광은 방문자 기준으로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매출액은 여전히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자수는 한국관광공사가 kt데이터를 이용해 추정한 자료이며, 매출액은 BC카드·신한카드의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수치다.
코로나 방역이 완화되면서, 전국적으로 지난 2021년부터 관광지출액이 증가로 전환하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남의 경우 다소 부진한 모양새다.
경남을 찾는 외부 방문자는 △2022년 6월 1194만명 △2023년 3월 1376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월의 1410만명 수준으로 회복됐다.
숙박, 여행, 쇼핑 등의 관광 관련 업종의 지출액을 보면 경남은 2020, 2021년 연속으로 감소하다 2022년에는 증가세로 돌아섰으나 여전히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방역이 완화된 2022년의 관광지출액은 전국은 23.1%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지만 경남은 16.7% 증가에 그쳤다.
◇경남 관광산업 경쟁력 낮아
경남은 전국 타 시·도에 비해 관광산업의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21년 기준 경남의 관광업 매출액, 종사자 등은 인구(전국대비 6.4%), 경제규모(전국의 5.5%) 등에 대비해 크게 낮다.
2021년 관광산업조사에서 경남의 여행업, 관광숙박업, 관광객이용시설업 등 관광진흥법상 7개 업종의 연간 총 매출액을 집계한 결과 전국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7%에 그쳤다. 관광업 의존도가 높은 강원이 17.7%, 제주 10.5%로 높게 나타난 가운데 경남은 부산(5.6%)에도 미치지 못하고 전남(3.3%)과 비슷한 수준이다.
도내 전체 취업자 중 관광업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0.5%로 전국 평균(0.7%)을 하회하고 있다. 인구 1만명당 관광업체수도 5.4개로 전남 (9.7개)은 물론 전국평균(6.5개)보다 낮다. 업체당 매출액도 2.2억원으로 전국 평균 3.1억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이같은 영세한 규모는 코로나19 대유행시 경남의 관광 관련 사업체가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2019년 135개 △2020년 154개 △2021년 148개 △2022년 235개로 전국에서 4번째로 많은 폐업 수치를 기록했던 원인으로 거론된다.
◇관광도 새 성장동력 필요
이제는 산업으로서의 ‘관광’을 다시 바라봐야 한다는 주문들이 많다. 경남의 조선, 원전, 기계·금속 등 주력산업의 부침에 지역경제도 큰 폭의 영향을 받음에 따라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조사한 2025~2030년 경남과 부산의 주력 제조업종의 향후 연평균 고용 증가율을 보면, △1차 금속 제조업 -1.2%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1.3%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 -0.1% 등으로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업 구조의 변화와 함께 갈수록 강화되는 글로벌 환경규제 등에 맞춰 서비스 산업인 관광산업을 육성할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특히 관광업은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 등 지역사회 기반을 중심으로 주요 관광지에 대한 고용이 늘어나면서 청년층의 인구 유출을 막고 지역소멸 문제도 완화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
경남도는 지난 2020년 5월 경남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경남관광재단을 설립했다. 그동안은 코로나19로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제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황희곤 경남관광재단 이사장은 “내년부터 창원컨벤션센터를 직접 운영하면서 경남의 풍부한 제조업 기반을 활용한 국제회의, 인센티브 관광, 각종 전시 박람회 유치 활동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남의 관광은 그동안 타 시·도에 비해 킬러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내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인근 부산과 전남이 나름의 관광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반면 경남은 그런 점에서 부족하다는 인상이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금부터 경쟁력을 하나씩 갖춰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임명진·김지원기자 sunpower@g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관광지출액 증가율(%, 전년대비) 자료: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