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허울뿐인 협력 모델, 행정통합에는 필요 없다
[경일시론]허울뿐인 협력 모델, 행정통합에는 필요 없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5.24 15: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민지 논설위원·경남연구원 자치분권연구팀장
하민지 


지난 15일 부산에서 부산-경남 행정통합 2차 토론회가 있었다. 수행사무, 계층구조, 재정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정통합에 대해 비판했다. 시·도민들이 오해하지 않기 위해 분명히 할 점은 특별연합과 행정통합은 동일한 추진과정과 제반 사항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별연합과 행정통합은 연속적이거나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적 단계의 개념이 아니다. 지자체간 관계에 관한 수단이자 유형이다. 수단으로써 지자체간 협력수준, 구속력 등을 비교할 수는 있지만 그 최종 형태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기에 같은 과정과 제반 사항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행정통합의 최종 결과물은 연합과 같은 ‘협력기구’가 아니라 하나의 ‘지자체’이다. 그렇기에 특별연합은 별도의 공동사무와 기구, 인력, 비용을 만들어야 하지만, 행정통합은 필요하지 않다. 모델이 마련되지 않아 통합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보다는 통합의 장단점으로 적절여부를 논의하거나, 통합을 한다면 필요한 사항을 제안하는 것이 의미가 있었겠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공동사무와 사업을 위한 별도의 기구를 필요로 하기에 모델 설계가 필요했고, 그래서 구상했다. 그렇지만 추진과정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연합이 가진 느슨한 협력체의 유연성이라는 장점으로 인해 지역간 좋은 의사결정을 결단력 있게 이루어내지 못했고, 중앙으로부터 확실한 인센티브도 받아내지 못했다. 추진과정에 참여한 모든 이들은 이러한 지적이 연합이라는 수단 자체를 비판하기 위함이 아니라 실제 추진과정에서 겪은 일임을 알 것이다. 이를 극복할 방안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부울경 특별연합의 시행기반이자 근간인 규약은 중앙으로부터 이관 받고, 부울경 각 지자체에서 이관한 대부분 교통, 물류, 환경 등에 관한 기획조정사무가 아닌 관리사무들, 그리고 연합기구의 형식, 틀 거리가 전부였다. 각 지자체를 유지한 상태에서 상호간 이익을 극대화하는 신규 사업은 발굴되지 못했고, 지역이기주의라고까지 하고 싶지 않지만 각자 지역을 위한 판단과 결정들로 인해 어려움이 컸기에 연합기구 설치를 위한 사무 발굴로까지 여겨졌다. 이렇듯 특별연합은 불충분하고 심지어 기대하지 않았던 사무, 사업들을 위해 각 지자체의 파견인력과 공동비용으로 운영되는, 즉 수행사무, 계층구조, 재정체계 모두 아슬아슬한 시작, 안쓰러운 결과물이 되었다.

그럼에도 기존 특별연합에 필요했던, 그리고 결국 해결하지 못한 그 선결과제들을 그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행정통합에 요구하며 실현불가능하다며, 부울경을 통한 경남도의 복원이 아니므로 행정통합보다는 다시 연합으로 가자는 의견들이 있다. 이는 부울경 협력을 위한 적절한 논의라기보다는 오히려 시도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세 지자체의 어정쩡한 연결고리는 이미 실패했고, 보다 가능성 있는 두 지자체의 통합을 먼저 시도하는 것이 과거 경험을 보완한 실현가능한 노력이 아닐까. 행정통합을 통해 모든 사무들은 우리의 사무가 된다. 규모가 커짐으로써 갖게 되는 기대효과는 현재 유사규모 지역의 사무와 권한은 물론이고 지역간 갈등과 이기주의의 극복, 규모의 경제 효과, 주민 편의성과 행정 책임성 향상, 지역 특화산업의 발전 등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통합을 계기로 이전보다 많은 것들을 중앙에 요구할 수 있다. 행정통합이면 다 된다는 것이 아니라 더 쉬워 보인다는 이유로 이미 겪은 연합의 한계를 잊고 통합의 긍정적 가능성들을 모두 배제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묻고 싶다. 행정통합이 당위만 있고, 모델과 실제 사례, 경험적 근거가 부족하여 부적절하다는 이들은 이전을 경험하고 무엇을 깨달았는가. 그리고 부산과 경남, 울산이 협력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수도권에 대응 가능한 지역으로 성장해나가기 위해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