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억 들인 ‘짝퉁 거북선’이 남긴 것
[사설] 20억 들인 ‘짝퉁 거북선’이 남긴 것
  • 경남일보
  • 승인 2023.05.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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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논란에다 부실 제작까지 겹쳐 그동안 애물단지가 되어온 거제 거북선이 마침내 헐값에 팔렸다. 거제시가 지난 16일 벌인 ‘임진란 1호거북선’ 매각 입찰에서 154만 5380원의 초라한 값에 낙찰된 것이다. 경남도가 남해안 관광진흥 사업의 하나인 이순신 프로젝트 일환으로 혈세 20억원을 들인 거북선 복원선(復元船) 논란은 결국 이렇게 끝이 났다. 이를 바라보는 납세자들의 마음은 또 한 번 부글부글 끓는다. 경위를 되짚어 보고 따져봐야 할 일이 없지 않을 것이다.

이 배는 경남도가 지난 2010년 남해안 관광자원의 하나로 기획해 제작했다. 길이 25.6m 너비 8.67m 높이 6.06m 크기 3층 규모였다. 경남개발공사가 위탁받아 추진했으며, 건조는 충남에 있는 금강중공업이 했다. 임진란 당시의 거북선을 재현했다 하여 ‘1592 거북선’으로 명명했다. 하지만 그 내실은 제작 당시부터 짝퉁이었다. 당시 금강송을 쓰기로 해놓고 수입목을 쓴 것이 밝혀진 것이다. 경남개발공사는 건조업체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7억 원의 법원 강제 조정을 받아냈다. 그러나 20억짜리 사업이 이만한 배상을 받았다면 결과적으로 그 차액만큼 경남도 납세자가가 손해를 본 것이다.

배는 당초 지세포항 앞바다에 띄워 둘 계획이었으나 물이 새 육지에 앉혀 놓고 있었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일운면 소재 거제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에 전시돼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목재가 썩고 뒤틀리는 현상으로 거제시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배 유지 보수를 위해 매년 1억5000만 원을 써야 했다. 작년 태풍 힌남노 때 일부가 파손된데다 전면 보수비 수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래도 내구 연한은 고작 7~8년에 불과, 매각을 결정했던 것이라 한다.

남해안 관광진흥 시책과 이순신 프로젝트, 거북선 복원 전시 그 자체를 비난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거액의 돈이 드는 사업을 너무 가볍게 기획하고 추진하는 행태는 반성해야 한다. 행여 단체장의 업적 쌓기 욕구가 빚어내는 전시성 행정은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기획되고 벌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지자체들은 엄중히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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