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아파 병원에 간 적 있다
병명을 모른다 했다
걱정하는 이들이 여러 치료법을 권했다
음악치료, 향기요법, 색채치료, 웃음치료 등에 매달렸다
귀로 코로 받아들일 수 없어서
눈으로 입으로 가져올 수도 없어서
누워서 지내고만 있을 때
멀리서 온 당신이 창백한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나무의 깜깜한 우물 속에서
푸른 이파리가 고여 오르듯
꽃봉오리가 먹장구름의 무거운 엉덩이를 밀어 올리듯
당신의 손안에서 걸어 나오는 그림자,
그림자의 손을 잡고 일어선 날 있었다
시인은 없고 시만 남아서 우리를 적시는 건 쓸쓸한 일입니다. 가을이 가까이 있는 어느 날이었어요. 물든 나뭇잎보다 먼저 도착한 부고장을 보면서 종일 우울한 날을 보냈죠. 생면부지 시인인데도 남의 일 같지 않게 슬펐던 건 ‘하모니카 부는 오빠’가 그의 이야기 같아서, 그보다 더한 누구의 모든 이야기 같아서였을 겁니다. 살다 보면 아주 먼 사람인데도 가까운 사람같이 느껴지는 일이 있어요. 노래에서, 그림에서, 글에서 그런 감정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지점에서 감정의 결이 맞닿아 있다는 걸 알게 돼요. 그런 마음일 겁니다. 시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이런 시를 읽으면 마음이 먼저 내려앉는 것은요. 몸이 아픈 시인은 좋다는 치료는 다 받았겠지요. 그것이 불길하고 두려운 꿈일지라도 말입니다. 그때는 무엇에든 기대야 할 일이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도, 가져올 수도 없을 만큼 육신은 지쳐갔을 겁니다. 그즈음 멀리서 온 당신을 보았을 테지요. 창백한 얼굴을 쓰다듬으며 손을 이끌던 그림자는 시인에게 있어 푸른 이파리였을까요, 꽃봉오리였을까요. 그림자의 손을 잡고 비로소 오랜 평안에 들었기를, 시인께 기도를 보냅니다.
병명을 모른다 했다
걱정하는 이들이 여러 치료법을 권했다
음악치료, 향기요법, 색채치료, 웃음치료 등에 매달렸다
귀로 코로 받아들일 수 없어서
눈으로 입으로 가져올 수도 없어서
누워서 지내고만 있을 때
나무의 깜깜한 우물 속에서
푸른 이파리가 고여 오르듯
꽃봉오리가 먹장구름의 무거운 엉덩이를 밀어 올리듯
당신의 손안에서 걸어 나오는 그림자,
그림자의 손을 잡고 일어선 날 있었다
시인은 없고 시만 남아서 우리를 적시는 건 쓸쓸한 일입니다. 가을이 가까이 있는 어느 날이었어요. 물든 나뭇잎보다 먼저 도착한 부고장을 보면서 종일 우울한 날을 보냈죠. 생면부지 시인인데도 남의 일 같지 않게 슬펐던 건 ‘하모니카 부는 오빠’가 그의 이야기 같아서, 그보다 더한 누구의 모든 이야기 같아서였을 겁니다. 살다 보면 아주 먼 사람인데도 가까운 사람같이 느껴지는 일이 있어요. 노래에서, 그림에서, 글에서 그런 감정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지점에서 감정의 결이 맞닿아 있다는 걸 알게 돼요. 그런 마음일 겁니다. 시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이런 시를 읽으면 마음이 먼저 내려앉는 것은요. 몸이 아픈 시인은 좋다는 치료는 다 받았겠지요. 그것이 불길하고 두려운 꿈일지라도 말입니다. 그때는 무엇에든 기대야 할 일이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도, 가져올 수도 없을 만큼 육신은 지쳐갔을 겁니다. 그즈음 멀리서 온 당신을 보았을 테지요. 창백한 얼굴을 쓰다듬으며 손을 이끌던 그림자는 시인에게 있어 푸른 이파리였을까요, 꽃봉오리였을까요. 그림자의 손을 잡고 비로소 오랜 평안에 들었기를, 시인께 기도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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