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립미술관 ‘N ARTIST 2023:더 느리게 춤추라’ 전시
경남도립미술관 ‘N ARTIST 2023:더 느리게 춤추라’ 전시
  • 백지영
  • 승인 2023.03.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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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7일까지 전시...김예림·이혁·정현준·조현수·한혜림 등 참여
지난 16일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N ARTIST 2023’展 개막식에서 참여 작가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정현수, 이혁, 김예림, 한혜림, 조현수.
지난 16일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N ARTIST 2023’展 개막식에서 참여 작가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정현준, 이혁, 김예림, 한혜림, 조현수.

경남도립미술관은 오는 8월 27일까지 미술관 3층 4·5전시실에서 ‘N ARTIST 2023:더 느리게 춤추라’ 전시를 개최한다.

‘N ARTIST’는 도립미술관이 실험적이고 대담하며 기존의 고립된 사회적 틀을 벗어나려는 청년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격년제 전시다. 올해는 경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예림, 이혁, 정현준, 조현수, 한혜림 등 5명의 청년이 참여했다.

‘경남’과 ‘청년’ 그리고 ‘작가’라는 교집합으로 묶여 있기는 하지만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면 각자의 작품 세계가 확연히 다른 이들이다. 

비슷한 주제를 품은 작가들로 전시를 꾸리는 방법도 있지만 최대한 다른 색을 보여주자는 기획 의도에 맞게 다채로운 작업을 하는 이들을 한곳에 모았다. 

전시를 기획한 박지영 학예연구사는 “각자 노선이 뚜렷한 다섯 이야기를 하나로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이들이 예술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N ARTIST 2023’展 개막식에서 한 관객이 김예림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지난 16일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N ARTIST 2023’展 개막식에서 한 관객이 김예림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김예림=그의 작품들은 물음표의 연속이다. 마주 보는 두 남녀, 불타오르는 모닥불, 결혼식 하객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는 신혼부부, 치아를 환하게 드러내고 웃는 것 같으면서도 왠지 묘한 감정을 품고 있는 듯한 젊은 여성. ‘내게 남겨준 손바닥만한 작별’이라는 작품명에 작가 의도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이 작품은 돌아가신 부모님의 결혼식 인사 사진이 꼭 세상에 작별을 고하는 모습처럼 느껴졌던 작가가 해당 사진을 비롯해 각각의 장면들을 화폭에 담아 함께 설치한 작품이다. 하나의 주제를 위해 작가가 선정한 장면들을 이어 붙인, 스토리가 있는 작품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미리 작품 주제를 정해두지 않았다. 

김 작가는 “수집된 이미지를 한 곳에 나란히 설치하는 작업을 주로 하는 편”이라며 “붙여 놓으면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이미지들을 붙였을 때 오는 모호함에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이혁 作 ‘관월도’. 사진=도립미술관
이혁 作 ‘관월도’. 사진=도립미술관

◇이혁=그의 작품에는 북한 이주민으로서의 작가의 내면세계가 여실히 녹아있다. 전시장을 벽 한편을 나란히 매운 대작 ‘문안도’와 ‘수하석상관월도’에는 어딘지 모를 쓸쓸함과 고요가 느껴진다. 그간 보지 못한 유형의 산수화다. 작품 속 까만 밤하늘에 반복해 등장하는 보름달은 작가가 그리워하는 대상이다. 작가는 “산수화 속 공간은 한국도 북한도 아닌, 만나고 싶은 가족들을 마주할 수 있는 정신적 이상향”이라고 밝혔다. 이주자의 정체성에 대한 내면, 권력과 이데올로기가 생산하는 사회적 모순을 그의 작품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정현준 作 ‘기억의 습작’
정현준 作 ‘정의훈에게’

◇정현준=우리가 가지는 편견과 혐오 이면의 소외된 자들의 이야기에 주목한 시각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는 사적인 이야기, 경험과 일상에서 부서졌던 편견과 혐오 이면의 가려진 진실을 추적해 나아간다.

정 작가는 “배달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혐오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에서 작업을 시작했다”며 “혐오는 결국에는 지역 도시 개발과 노동에 대한 문제라는 생각에서 이를 저와 주변인들의 이야기로 풀어봤다”고 말했다. 영상 속 동생과 과거 근무했던 가게 주인, 친구 등을 향해 쓰는 편지를 통해 혐오가 어떻게 쌓이는 지를 추적해 나간다. 

 

조현수 作 'after-image #3'. 사진=도립미술관
조현수 作 'after-image #3'. 사진=도립미술관

◇조현수=자연적 재료에서 발견한 생명력과 에너지, 이들의 순환에서 비롯된 가치와 우연적 상황들을 회화로 표현한다. 작가가 매료된 자연의 풍경을 닥종이에 부식시켜 내려 앉힌 동박을 통해 풀어낸다.
조 작가는 “과거 야외 조각장에서 버려진 금속이 비바람에 산화된 모습을 보면서, 그 녹슨 모습이 참 아름답고 생명력이 느껴졌다”며 “이를 한국화 재료 위에 얹기 위해 직접 동을 부식시키는 실험 등을 통해 종이 위에 얹는 작업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동박을 부식액 농도와 기름, 열 등을 조정해가며 부식시키고, 닥종이를 구겼다 폈다 반복해가며 완성해나가는 작업은 ‘그린다’보다는 ‘만든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지난 16일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N ARTIST 2023’展 개막식에서 한 관객이 한혜림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지난 16일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N ARTIST 2023’展 개막식에서 한 관객이 한혜림 작가의 '파도라도'를 감상하고 있다.

◇한혜림=존재하지만 희미해진, 혹은 부재한 사람들에 대한 흔적과 교감, 정서와 에너지를 예술 속에 담아낸 시각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 할머니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한 파형에 맞춰 하얀 스크린 속 무용수들은 따로 또 같이 저마다의 춤을 선보인다. 각자의 춤을 추는 것 같던 무용수들은 이내 몸짓과 파형으로 맞닿는 에너지를 분출해 나간다.

한 작가는 “제 할머니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한 작업이지만, 사실은 할머니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비슷한 상황에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며 “작업을 함께한 무용수들과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며 그 감정을 영상에 담았다”고 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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