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행복 경제학의 딜레마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행복 경제학의 딜레마
  • 경남일보
  • 승인 2023.03.1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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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란다. 그래서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삶의 의미이며 목적이고, 인간존재의 궁극적 목표이며 지향점이다”라고 했다. 한편 프랑스의 사상가인 파스칼도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고 했다. 다만 행복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행복은 대체 지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가,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 행복을 어떻게 찾고 누릴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 사람들의 생각이 나눠질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출세를 통한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어떤 이는 물질적 부, 꿈이나 목표의 실현, 사랑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추구하는 바가 사랑이든, 명예든, 성공이나 부귀영화든, 이 모든 것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행복임에 틀림없다.

‘성공운동’을 창안해 세계적인 붐을 일으킨 오리슨 스웨트 마든(Orison Swett Marden)은 행복의 조건들이 워낙 다양하고 많아서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충분조건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행복의 근원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알아내는 건 더더욱 어렵다는 사실을 다음과 같이 일깨워주고 있다. “우리는 말한다. ‘건강하면 행복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건강이 무슨 소용인가?’ 그래서 다시 말한다. ‘건강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한다. ‘돈이 없다면 그것들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래서 다시 한번 정정한다. ‘건강, 사랑, 돈이 있으면 행복할 것이다.’ 그러다가 또 생각한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먼저 내자신에게서 행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이런 식으로 진정한 행복을 찾아 순례자와 같이 하염없이 길을 떠도는 것이다.

최근 들어 자주 거론되는 ‘웰빙(well-being)’이나 ‘질 높은 삶(high quality of life)’은 ‘잘 먹고, 건강하게, 아름답게, 그리고 잘 산다’는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그런데 제대로 ‘잘 산다’라는 말의 의미는, 단순히 의식주를 중심으로 풍요롭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즉 물질적·경제적으로 풍요를 누리면서 살아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98년 영국 런던정경대학(LSE)에서 “어느 나라 사람들이 가장 행복한가”를 대해 조사한 적이 있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와 아제르바이잔, 나이지리아 사람들이 각각 1, 2,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2002년 영국의 심리학자 캐럴 로스웰(Carol Rothwell)과 인생상담사 피트 코헨(Pete Cohen)이 제시한 행복지수에서도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1위로 나타났다. 후진국에 속하는 사람들이 인식하는 행복지수가 선진국 국민들이 인식하는 행복지수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엔이 후원하는 지속가능발전솔루션네트워크(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는 지난해 3월에 ‘세계 행복 보고서 2022’를 발표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의 행복지수는 5.935로 조사대상 국가 중 59위를 기록했다. 필리핀(60위, 5.904위)과 중국(72위, 5.585위)보다 높았지만, 일본(54위, 6.039위)과 그리스(58위, 5.948위)보다는 낮았다. 2022년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핀란드로 7.821점을 받았고, 덴마크가 2위(7.636), 스웨덴이 7위(7.384), 노르웨이가 8위(7.365)였다.

행복지수를 제대로 정확하게 평가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우선 행복의 개념 자체를 객관적으로 규정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충분조건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행복을 계량화해 측정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것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행복과 삶의 질은 그 내용과 차원이 다른 것이기도 한 것이다. 배부른 돼지가 우리 안에서 쿨쿨 자고 있는 모습은 행복해 보일 수는 있지만,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따지기는 어려운 것이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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