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선진국으로 가는 문턱에서
[경일시론]선진국으로 가는 문턱에서
  • 경남일보
  • 승인 2023.02.0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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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논설위원
변옥윤 논설위원


정부는 2026년 국민1인당 총소득(GNI)을 4800만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우리의 국력은 이미 서방 G7의 수준이지만 소득면에서도 그들에 버금가는 강국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한류는 전세계에 파급돼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영화인들은 헐리우드와 유럽에서 귀빈대접을 받고 K팝은 아메리카대륙은 물론 남미와 유럽을 휩쓸고 있다. 그들은 우리말로 K팝을 부르고 우리말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며 한류에 열광하고 있다. 양궁과 쇼트트랙, 태권도, 유도, 축구 등 스포츠지도자들이 각국의 선수들을 가르치고 문화와 예술도 관심을 집중시키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덩달아 한국음식도 재조명받으니 미국과 영국에선 ‘김치의 날’을 제정할 정도다. 무엇보다 해외에 나가보면 우리의 위상을 더욱 실감한다. 불과 얼마전만 해도 미국에서 마저 한국인은 따로 줄을 세워 입국심사를 할 정도로 차별을 받았지만 지금은 170여나라가 무비자로 ‘웰컴’이다. ‘여권가치’가 세계 2위에 이른다고 한다. 이제는 가는 곳마다 먼저 한국말로 말을 건네오고 환대를 받는 지구인이 된 것이다. 결코 우연이 아닌 꾸준한 노력과 성장의 과실이다. 세계 최빈국에서 전쟁과 남북분단의 고통을 딛고 노력한 결실이다. 그야말로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선 것이다. 돌이켜보면 전쟁의 상흔을 딛고 거듭된 경제개발5개년계획으로 국력을 끌어 올린 후 88올림픽을 계기로 모든 사회수준을 한단계 성장시켰다. 기초질서확립으로 공중도덕과 위생을 선진국 수준으로 갖추면서 스포츠와 문화가 성장했고 민주화와 사회안전망 구축, 문화주의의 진작은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또 한번 도약해 마침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낸 것이다. 특히 사회안전망구축은 숱한 난관과 반대, 부족한 재원에도 이뤄 낸 성과다. 미국도 못해낸 의료보험과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은 튼튼한 기반을 구축해 복지선진국들도 부러워 할 정도다. 실업과 빈곤, 질병, 재해, 노령사회에 대비한 제도적 장치는 선진국으로 가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national wellfare minimum) 이다. 더 나아가 이제는 빈곤과 재난, 노인문제, 저출산과 인구절벽, 에너지문제까지도 그 범주 속에 넣어 국가가 돌보는 나라라야 비로소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지경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흔들리는 이 안전망에 불안을 감추지 못한다. 국민연금은 2050년 이전에 반토막이 날 것이라는 진단이고 코로나로 인해 새로이 떠오른 질병문제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수반해 장기적이고 항구적 대책이 필요하게 됐다. 에너지로 인한 난방비도 공공부조나 음기응변식 예산투입으로는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랜전 구축한 안전망이 흔들리는 것은 그동안 예봉은 피한 채 남미식 퍼주기식 포퓰리즘에 의존한 안일한 대처 때문이다. 개편 필요성에 대한 숱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단 그 해결의 주역을 다음 세대로 미루고 선심행정에 매몰된 나머지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민생을 위한 정치를 한 것이 아니라 정쟁에 매몰되고 진영논리에 빠져 여야가 제대로 머리 한번 맞대 보지않고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 한 탓이다. ‘밀리면 진다’에 국민은 실종되고 나라살림은 치유할 수 없을 만큼 어려워졌으니 정치 탓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안전망뿐만아니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와 식량도 흔들림 없는 장치마련이 없는 한 선진국으로의 진입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인구절벽은 인적자원이 최대의 자원인 우리가 성장할 언덕을 가로막고 있다. 이제는 무너진 사회안전망을 재구축하고 식량과 에너지, 인구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순 없다. 윤대통령시대에 반드시 이뤄내야 할 개혁과제다. 인기에 연연하면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과업이다. 야당과 부딪히고 각계의 의견을 듣고 여론을 수렴해 최대공약수를 찾아 과감히 실천에 옮겨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어려운 시절 전임 대통령들이 이룬 업적, 선진국으로 가는 필수적 관문, 사회안전망의 강화가 민생의 요체다. 인기없는 대통령이라도 좋다는 의지면 해결이 가능한 일이다. 지금은 선진국으로 가는 문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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