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산책…… 겨울은 깊을수록 이야기가 많아요. 폭설에서는 더욱 그러하지요. 모든 길을 지우고 우리 발을 꽁꽁 묶는 밤엔 어둠이 더 소곤소곤해집니다. 엄마는 이야기꾼이었어요. 조선시대 책 읽어주는 전기수 같았죠. 목소리에 다양한 감정을 실어서 이야기를 하면 금방이라도 호랑이가 마당을 어슬렁거릴 것 같았고 앞산 도깨비가 마루에 걸터앉아있을 것 같았어요. 이야기를 잘하는 것도 타고나야 하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란 게 이야기인데 세상 재밌는 것도 세상 재미없게 하는 게 제가 말하는 방식이거든요. 대신 일기를 쓰거나 편지를 썼죠. 미지의 나에게 쓰는 글은 긴긴 겨울밤을 다 까먹고도 다음 날로 이어졌어요. 이렇게 어떤 시는 이미지만으로 충분히 공감되면서 추억을 불러오는 매개 역할을 합니다. ‘폭설’을 읽으며, 눈에 덮인 마을이 그린 듯 고요하던 어린 날을 떠올립니다. 그리움이 맨발로 걸어가는 하얀 밤은 애틋했고요. 잡을 수 없는 많은 것은 간절함으로 다가왔죠. 오늘은 뜻밖의 폭설을 만나 그때로 다니러 갈까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