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옥윤 (논설위원)
‘톰 소여의 모험’이라는 소설을 쓴 마크 트웨인은 독설가로도 유명했다. 마구 내뱉는 독설에 결투 신청을 받고 슬그머니 타 도시로 피신한 경력도 있다. ‘화가 나면 속으로 넷까지 세어라, 그래도 화가 안풀리면 쌍욕을 하라’던 그도 말년엔 ‘칭찬 한마디면 두 달은 거뜬히 살 수 있다’며 경험으로 얻은 교훈을 남기기도 했다. 욕설과 독설은 카타르시스다. 그러나 금도가 있기 마련이다. 일본인들의 일상 욕은 ‘바가야로(바보)’ 또는 ‘칙쇼(짐승)’이고 미국인들은 주로 인종차별이나 성적수치로 욕을 대신한다. 욕은 내볕되 극단적 저주는 자제하는 최소한의 금도를 지키려 애쓴다. 우리도 고전적(?) 욕은 이같은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욕설은 예술이다’는 말이 나온다. 가장 적절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노포의 욕쟁이 할머니의 욕설은 정감이 있어 구수하기까지 하다.
내뱉는 언어는 곧 그 사람의 인격이다. 그러나 요즘의 정치판을 보면 금도가 무너진지 오래다. 가장 자극적이고 모욕적인 언사를 골라 내지른다. 그것이 상대로 하여금 분노케 하고, 지지자들의 호응에 으쓱하는 소영웅적 작태도 서슴치 않는다. 이를테면 ‘OOO포르노’가 최근의 대표적 사례이다. 논리가 사라지고 치열한 토론이 없는 시답잖은 언어유희로 날이 샌다. 마지노선인 인격손상과 인신공격이 판을 친다. 저질정치의 전형이다. 경쟁적으로 상대방을 자극하고 그래도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천격정치가 판을 친다.
이런 천격정치를 더 이상 보고 있을 순 없다. 청신한 기풍을 진작시켜 새 바람을 불어넣을 일대 쇄신작업을 벌여야 한다. 윗만 바라보고 더욱 자극적 언어유희로 정치를 병들게 한 자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국민보다는 진영의 이익과 집단적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하류정치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 비로소 능률이 덕목이 되고 국민이 두려운 정치로의 첫걸음을 내딛는 유권자들의 일대 자각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막대한 권력과 면책특권의 뒤에 숨어 영달을 쫓는 소인배 정치인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정치풍토를 바꿔야 한다. 권한과 특혜는 많은데 책임은 지지않는 권위적 작태를 일신하는 캠페인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정책개발과 의정자료수집의 직무를 맡고 있는 그 많은 보좌진도 차제에 줄이거나 의원이 본연의 의무를 지킬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 비대한 국회가 동력을 얻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걸림돌이 되어선 안된다. 국회의원들을 소환해 의정보고를 듣고 잘못을 질책하고 책임을 묻는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시민운동도 펼쳐 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새 판짜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2년 뒤의 총선을 기다리기엔 우리의 현실이 너무 절박하다. 정쟁에 매몰돼 세월만 보내기엔 현실이 너무 급박하다. 경제위기와 북한의 안보 위협, 노동정책과 노사갈등으로 어두운 길을 걷고 있다. 새판짜기는 시대적 소명이다. 새판짜기는 옥석을 가리는 작업에서 시작된다. 유권자운동을 벌이자. 정책대결로 날을 지새는 일하는 국회를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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