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습지조례는 탄소 중립으로 가는 길
[경일포럼]습지조례는 탄소 중립으로 가는 길
  • 경남일보
  • 승인 2022.10.1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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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경남람사르환경재단 대표)
전점석(경남람사르환경재단 대표)


람사르협약을 시행한 지 50주년이다. 지난해 ‘세계 습지의 날’ 주제는 ‘습지와 물(Wetlands and Water)’이었다. 습지의 날은 2월 2일이다. 지구 표면의 70%가 물로 덮여 있지만 우리가 실제로 마시고 사용할 수 있는 담수의 양은 이 중 1% 미만이다. 습지는 담수의 대부분을 저장하고 있으며, 오염물질을 걸러 안전한 식수를 제공한다. 지구 표면의 6%에 불과한 습지는 지구의 모든 생물종의 40%가 살고 있는 생명의 요람이며,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의 인구가 이 습지에 의존해 식량을 공급받고 있다. 다양한 동식물의 소중한 보금자리인 습지는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를 줄이고, 오염을 정화하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습지는 ‘탄소 먹는 하마’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온대기후의 울창한 숲은 1년에 1㎡당 약 700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습지는 흡수량이 1㎏을 넘는다. 특히 바닷가 습지는 2~3㎏을 흡수한다. 하지만, 1700년대 이후 인간의 개발행위로 세계 습지의 90%가 사라졌고, 그나마 남은 습지도 숲보다 3배 더 빨리 사라지고 있다. 습지 생물의 25%와 담수 생물의 33%가 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여기에 기후변화는 건조한 지역을 더 건조하게 만들어 이 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에 람사르협약 사무국은 습지 복원, 물 이용의 효율성, 습지의 현명한 이용 등의 해결방안을 제시하며 물과 습지의 보전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이제 탄소 중립은 세계 모든 나라의 최대 관심 사항이다.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 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이 0이 되는 것이 중립이다. 정부가 발표한 지속 가능한 녹색사회 실현을 위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의 탄소중립 5대 기본방향에는 ‘산림, 갯벌, 습지 등 자연·생태의 탄소 흡수 기능 강화’가 포함돼 있다. 이 기본방향에 따라 수립된 7대 부문별 전략에도 습지가 포함돼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우선 25년까지 총 20곳의 갯벌을 복원하고 앞으로 계속 확대할 예정이다.

전국 지자체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년 전에 ‘탄소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를 결성했다. 경남 도내에서는 창원시·김해시·진주시·거제시·통영시·밀양시·남해군·함안군·창녕군 등 9개 시군이 실천연대에 동참했다. 지난 해부터 지자체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거제시는 연초면 명동리 일원에서 ‘2021 탄소 중립 선언, 첫 나무 심기 행사’를 개최했다. 남해군은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하고, 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구성했다. 앞으로 민관 협업을 통하여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칭원시는 환경의 날 기념식에서 ‘탄소 중립 실천선언문’을 발표했는데 탄소흡수원이 많은 푸른 도시를 만들겠다고 하였다. 전국의 17개 광역지자체와 226개 기초지자체가 모두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모여서 2021년 5월 24일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환경부와 탄소 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 행사에서는 탄소 중립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에 대해 토론하면서 지자체 간의 현실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중요한 자연 탄소흡수원은 습지와 숲이다. 특히 습지 보전은 시군의 관심과 주민들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유명한 습지 몇 군데만이 아니라 도내 18개 시군에 산재해 있는 319개의 크고, 작은 습지 모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의외로 습지의 중요성을 모르고, 단순히 공터, 나대지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자기 지역에 습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공무원도 있다. 경남습지조례가 있는 줄도 모른다. 습지조례를 제정한 기초지자체가 한 군데도 없다.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위해 필요하다. 탄소 중립을 위해서라도 조례를 만들고, 현황 조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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