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마음을 얻어야 고향사랑 기부가 된다
[경일포럼]마음을 얻어야 고향사랑 기부가 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9.1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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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경남작가회의 회원)
전점석(경남작가회의 회원)


내년 1월 1일부터 고향사랑기부금법이 시행된다. 기다렸던 좋은 기회이다. 내가 본 일본의 성공적인 고향납세는 역사적 상징을 보존하는 사업이었다. 2013, 2015년, 두 차례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오타루시의 근대문화유산을 보러 갔다. 오타루시의 역사경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하였다. 그런데 육상교통의 발전과 운행선박의 감소로 인해 운하 옆에 있는 석조창고는 흉물이 된 적이 있었다. 우리는 먼저 오타루시청을 방문했다.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공무원으로부터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2008년에 ‘오타루 팬이 유지하는 고향 마을만들기 기부조례’를 제정하여 이 조례에 근거하여 오타루의 역사적 재산을 지키고 싶다는 구호를 앞세우며 ‘고향 납세’라는 이름의 기금을 조성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물론 사무국은 오타루시 건설부 마을만들기 추진과이다. 모금 홍보를 할 때는 미리 기간과 모금총액을 제시한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의 모금목표액은 약 9300만 엔이었다. 그리고 기부자는 제시된 특정 사업을 선택할 수 있다. 오타루시에서는 과거의 국철이었던 특정 노선의 보전 활용사업, 문학관, 미술관과 그 주변 정비사업, 종합박물관의 전시 철도차량의 보전사업, 공회당의 능악당 보전 및 정비사업, 경관 조례에 의해 등록된 역사적 건조물 보전사업 그리고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 등 6가지를 미리 제시하고 있었다. 기부 단위는 1구좌에 5000엔인데 그 이하 금액도 받고 있다. 기부자에게는 ‘오타루 팬 인정증’을 발급하고 있으며 박물관, 미술관, 문학관 등 공공 문화시설을 입장할 때는 2년간 무료 혜택이 주어진다. 그 외에 1구좌 이상을 기부했을 때는 5000엔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하여 주민세 등이 일정 한도까지 공제된다. 자연경관, 조망경관을 보존하기 위한 출향인의 참여는 당연히 고향 사랑으로 이어졌다.

우리도 고향사랑기부금제도를 통해 경남의 역사적 경관과 근대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시민참여가 활발해지는 계기가 되게 해야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마산합포구 중앙동에는 일제시대의 건물인 삼광청주공장의 사택, 기숙사, 공장, 창고 등이 꽤 큰 규모로 있었다. 2012년, 주민들의 자발적인 보존운동이 싹트기 시작한 시점에 절반 이상의 건물이 건축업자에게 팔렸으며 결국 4~5층의 원룸이 들어섰다. 만약 개인소유였던 삼광청주공장을 보존하기 위해 창원시가 예산을 편성하고, 기부금을 모집해 소유주로부터 매입했더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철거사건은 창원시의 근대건조물 보전에 있어서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 마산 중앙동 주민들을 좌절시켰던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1년 만에 ‘근대 건조물 보전 및 활용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지고, 심의위원회가 구성되었으며 종합적인 측면에서 근대건조물보전기본계획이 수립됐다.

10여 년 전, 오타와시가 나서서 고향 납세를 시행하는 게 굉장히 부러웠는데 이제 우리도 시행한다니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성공적인 기부금 모집을 위해 자치단체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그중에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답례품이다. 일본에서는 기부금 종류에 지역 내 장학금 등 명백한 용처를 내세운 모델도 개발했으며 답례품으로 농가 민박, 1일 역장, 1일 기관사 등 현장 및 직업 체험형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물론 답례품도 한 가지 방법이긴 하지만 한 가지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고향을 사랑하는 출향인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흔히 돈 가는 곳에 마음 간다는 말이 있다. 누구나 고향 소식을 들으면 자신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어린 시절이 떠오르면 참을 수 없다.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오랜만에 고향에서 만날 약속을 정하는 출향인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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