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엄마 손한번 못잡아보고.."…요양병원의 쓸쓸한 한가위
"명절에 엄마 손한번 못잡아보고.."…요양병원의 쓸쓸한 한가위
  • 연합뉴스
  • 승인 2022.09.10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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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세에 접촉면회 금지 지속…“코로나 못지않게 큰 마음의 병”
“명절만큼은 손도 잡고 얼굴도 맞대며 얘기하고 싶었는데...”

A(54)씨는 요양병원에 있는 80대 노모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3년 만에 거리두기 없는 추석을 맞은 10일 많은 시민이 모처럼 고향을 찾아 가족들과 즐거운 한가위를 보내고 있지만, 요양시설에 부모님을 모신 이들에겐 꿈같은 일이다.

코로나19 고위험군인 고령층이 거주하는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 취약시설은 여전히 접촉 면회가 금지돼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접촉 면회를 허용했던 작년 추석보다 더 가혹한 상황이다.

A씨는 “어머니가 말로는 괜찮다고 하시지만 평소 일주일에 한 번씩 봐도 울먹울먹하시던 분”이라며 “자식 입장에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친할머니가 요양원에 있는 직장인 송모(28) 씨도 “올해 5월 면회 제한이 잠깐 풀렸을 때 가족이 모두 모여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너무 좋았는데 정작 명절에 할머니와 제대로 얘기도 못 나누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송씨는 “명절 음식이라도 해드리면 좋을 텐데 외부음식 반입 금지라 그마저도 못 한다”며 “요즘 축제나 행사가 수만 명 규모로 열리는데 대면 접촉마저 못 하게 하는 것은 과한 게 아닌지 싶다”고 했다.

치매 환자 가족 커뮤니티에도 “어르신들도 TV를 보면 추석인 걸 아실 텐데 손 한번 잡아볼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 “가족을 보지 못해 마음이 병드는 문제가 코로나 못지않게 큰 것 같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요양시설에서 어르신들 곁을 지키는 이들의 마음도 착잡하기만 하다.

요양보호사 배운태(56) 씨는 요양원에서 합동 차례를 지내지만 어르신들 마음을 달래기엔 부족하다며 “추석 때 아들 집에 갈 거라고 기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못 가신다’고 말씀을 못 드리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카네이션 요양병원 노동훈 원장은 “자식·손주들과 놀러 가고 싶다거나 병원 밥이 아닌 집밥을 드시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다”며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는 상황이라 어르신들이 많이 아쉬워하신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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