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사천 KTX
[경일시론]사천 KTX
  • 경남일보
  • 승인 2022.06.2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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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정승재


지금은 전국에 거미줄처럼 걸쳐있는 고속철시대 막을 연 것이 지난 2004년, 서울-부산간 개통이다. 철도역사 꼭 100년만이다. 1단계로 그해 서울서 동대구까지 먼저 개통하고, 6년이 지난 2010년에 부산까지 경부간을 명실상부한 2시간 남짓의 주파기록을 만들었다. 완전개통 이전까지는 기존의 경부노선인 밀양을 경유하는 국철을 이용함으로써 3시간에 가까운 주행이었다. 그 6년간 동대구-부산간의 국철이용이라 하여 고속철이 아니다라는 인식은 없었다. 그때 밀양역은 KTX역사로 새롭게 조성되었고, 지금도 밀양에 정차하는 스케줄이 있다. 밀양 인접 지역민들은 고속철이 아닌, 국철선로로 쾌적한 KTX 객차의 안락함으로 경부선을 오간다.

올해 착공하여 5년여 공사기간을 거쳐, 오는 2027년에 완공을 목표로 한 김천-거제를 잇는 남부내륙철도 노선에 사천이 배제되어 있다.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 삼천포항, 그 천혜의 절경은 이미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바다를 오가는 케이블카에서 보는 빼어난 풍광은 세계 유수 관광지에 손색이 없다. 지난 수년간 사천시에 소재한 한 시민단체의 사천 유치를 위한 필사적이고 헌신적 활동은 눈물겨운 지경이다. 접근의 수월성, 많게는 수천명의 고용, 한해 수백억원 생산유발의 경기부양 등 경제 활성화가 명분이다. 절박한 인구증가는 마땅한 덤이 된다.

올 상반기, 이 노선의 기본계획 수립 최종단계에서 사업비 증가 및 이용 불편성 등의 이유로 사천유치 불가라는 국토교통부의 최종 방침이 정해졌다. 그럼 불가한 일인가? 결론부터 살피면 그렇지 않다. 물론, 설계가 완료된 시점에서 기존안인 인근 고성군을 경유하는 노선 변경은 거의 불가능하다. 외부요인이 아니라, 상대적 지역 반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차선을 취해야 한다. 우선 첫 단계로 지금도 확보되어 있는 진주-사천공항 인근까지의 국철을 이용하는 것이다. 당장 KTX 객차를 그 구간만 국철 레일로 오가게 할 수 있다. 10㎞ 정도로 길어도 10분, 짧으면 5분만에 진주의 고속철 레일에 합류하게 된다. 당연히 ‘사천KTX’ 역사(驛舍)로 명명되고, KTX열차로 2시간대에 서울을 오갈 수 있다. 소요되는 돈은 전체 총공사비 중 ‘0’점대 비중에 불과할 것이다. 다음 단계로 삼천포항까지 전체로 고속철 레일을 신설하는 것이다. 물론, 지선(支線) 개념이다. 좀 더 수월하다. 얼마 안가서 삼천포항의 국가관리 국제무역항으로의 성장은 자연스러워지게 된다.

힘이 있으면 되는 일이다. 지난 국회, 지역 국회의원이 법사위원장 직위에 있을 때 국토교통부 장관이 삼천포항까지를 실시용역에 포함시켜 역사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취지의 약속을 한 전력까지 있다. 5000여 억원의 추가 비용도 이유가 되지 못했다. 정치적 ‘힘’의 유용성, 리얼한 방증이다. 당연히 간단한 일은 아니다. 우선 ‘사전 타당성조사’ 의뢰가 전제가 된다. 그것은 당해 지자체인 사천시의 몫이다. 그래서 국토교통부의 ‘국가철도망구축계획’ 신규사업으로 포함시킨다. 이를 토대로 기재부 주도의 예비 타당성조사 단계에 갖다 놓는다.

노골적 방안을 강구한다. 먼저 사업 당위성 확보를 위해 ‘이슈’에 불을 지피는 일이다. 이 분야를 연구하는 대학과 관련 학회 등 학계 메커니즘을 활용하면 좀 용이하다. 예리한 부수적 기획도 필요하다. 관광, 환경, 탄소중립 등 ‘미래 아젠다’를 주축으로 한 학계의 새 논점을, 정치인의 정책홍보에 우선하게 만든다. 언론의 입맛은 그렇게 옮겨지게 된다. 세상의 섭리, 비교적 그렇다. 국회 등 서울서, 해당 지역인 사천서 명망있는 학자들과 학술대회를 몇차례 거친다. ‘웅성웅성’에 ‘으›X으›X’는 곧 정치권으로 이어 붙게 한다. 안하면 안되는, ‘마땅한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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