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에요
웃고 있군요
샌들을 벗어 드릴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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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산책……엄마는 꽃을 좋아했어요. 덕분에 계절마다 피고 지는 다양한 꽃을 보고 자랐죠. 그중 여름 초입에 피는 나팔꽃과 채송화는 엄마가 아껴보는 꽃이었죠. 섬마을에서 가장 넓은 마당을 가진 우리 집은 여름이면 마당 가장자리를 둥글게 채송화가 피었어요. 대문을 들어서기 전부터 길 한쪽에 길게 채송화를 심어서 오가는 사람들 마음을 환하게 하였죠. 해가 뜨면 꽃은 예쁘게 자신을 열었다가 저녁이면 서둘러 닫고 저녁잠에 들었어요. 채송화는 그런 신비로운 존재였죠. 한참 감수성 예민한 그때는 그래 보였어요. 세상 신비한 것은 이 꽃이 다 가지고 있는 듯했어요. 세수할 때 두 손 가득 물을 담아 가장 가까이 있는 채송화에게 먼저 주고 내 얼굴을 닦은 기억이 생생해요. 어린 마음에 충분히 동화를 그릴 수 있는 배경으로 좋았어요.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주택을 고집하고 있어요. 엄마가 주신 감성을, 그 좋은 기억을, 내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요.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에요, 그런 말을 듣지 않아도 스스로 좋은 사람이면 좋겠어서요. 불합리한 세상에서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잘 웃는 사람이게 하고 싶어서요. 지금 섬집에 고요를 키우며 채송화가 연한 순을 올리고 있겠어요. 파도 소리 들으며 혼자 피고 지고 할 꽃에서 환하게 웃는 엄마 얼굴이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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