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힘들었죠’
서둘러 달려와
어깨 토닥여주는 저 작은 입들이
뭉클, 눈시울 뜨겁게 해요
-이기영 시인의 ‘이제 꽃길만 걸어요’
어려서 이맘때면, 학교에 다녀오자마자 가방을 집어 던지고 들로 나갔다. 냉이, 곰밤부리, 달롱게(달래), 코딱지(광대나물) 나물을 캤다. 응달진 곳엔 채 녹지 않은 얼음이 있기도 했다. 나물은 볕이 많고 바람이 적은 언덕바지에 듬성듬성 나는 편이었다. 나물은 어리고 연해서 풋물을 빼지 않아도 되었고 된장국을 끓이면 유독 풀향이 진했다.
겨울을 보낸 빈 밭의 흙은 유독 고실고실하게 보였다. 그런 밭들을 보면 나는 마음이 한없이 편안하고 푸근해졌다. 아마 시인이 말한 ‘이제 꽃길만 걸어요’처럼 봄길만 걷고 싶은 마음이 한없었다. 나물을 찾아 밭둑을 걷는 일, 빈 밭을 아무렇게나 헤집고 다니는 일이 좋아 나는 자꾸 나물을 캐러 다녔다. 산수유꽃을 먼저 만난 아랫녘 시인의 봄맞이가 내 유년의 봄을 데려다주었다. 봄길이 열렸다.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