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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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산책… 봉숭아가 지천입니다. 이맘때쯤 엄마는 봉숭아꽃으로 꽃물을 들여주었죠. 백반을 섞어 짓찧은 꽃잎을 손톱에 올리고 잎을 덮어요. 그런 후 실로 찬찬 묶어요. 짙은 주홍색을 가지려면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요. 오후의 그늘이 평상으로 번지는 그 시간이 참 좋았어요. 평상에 누워 하늘을 보면서 내가 식물이 된 것 같은 기분도 좋았고요. 그러다가 잠에 들면 결이 고운 바람이 이불이 돼주었죠. 실을 풀어주면서 엄마는 말했어요. 첫눈 올 때까지 꽃물이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고요. 하지만 신체 부위 중 손톱이 가장 빠르게 자라는 나는 한 번도 그런 손톱을 가져보지 못했어요. 그래서일까요. 첫사랑은 현실에 없는 이름이라 여겼던 것은요. 좀 서글픈 이야기지만 열두 살에 본 만화에서 첫사랑을 택하기로 마음먹었죠. 내게도 가슴에 묻을 첫사랑의 명분을 이렇게 남기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도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도 첫사랑 이미지에 맞춤이었는데 말이지요. 손톱이 물들기를 기다리면서 봉숭아잠에 들었던 모든 우리가 첫사랑이었다는 걸 비로소 알겠어요.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경험했을까요. 그러므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랑의 사랑은 첫사랑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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