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끄집어낼 주머니 속 송곳이었다
바투 잡은 손끝 위로 촛불 훅 지나간 뒤
흔들린 미궁의 시간 터널 속에 갇혀 있다
은밀히 귀 기울이면 속살까지 간지러운
월하의 그늘 아래 수작 걸던 비린 손들,
흐릿한 달빛에 젖은 바지춤이 타나 보다
마성의 붉은 입술 빨려 들까 두려운 길
비치면 소름 돋는 건너야 할 얼굴들로
푸른 숲 무거운 계절 생이 너무 아리다
상대의 수동적인 대처를 일부 긍정으로 오해해서 무리하여 낭패를 당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윤리의 잣대가 갑자기 선명해지고 방어권이 허물어져 질타를 견디는 일도 많아졌다.
까마득한 기억은 신화가 되질 못 하고 변절하여 새 피를 흘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묵시적인 동의 또는 관념이 침묵을 깨트릴 때 그 모서리와 쪼가리들은 모두 흉기가 되어
위협이 된다.
언제 비수가 될지 모르는 파편들, 그리고 호주머니에 만 지적되는 낡은 훈장들,
고백건대
성숙해지는 규범의 바탕에 모두의 생이 아리다.
완성의 조건에 사람 사는 질서가 갑자기 더 어러워졌다.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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