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휴원하라' 으름장…휴원 유도 가능할까
교육부 '휴원하라' 으름장…휴원 유도 가능할까
  • 연합뉴스
  • 승인 2020.03.0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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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대성 등 내주 학원서 수업 시작…교육부 “국세청·경찰 합동점검”
대형학원들 “악의적 집단으로 매도해 억울…점검 신경 안 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학교는 문을 닫는데 학원은 수업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가 6일 대형학원 현장 점검, 확진자 발생 학원 명단 공개 등 대책을 내놓았다.

코로나19 확산과 소강의 갈림길에서 다음 한 주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세를 꺾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례를 찾기 힘든 강경책이 학원 휴원 움직임을 끌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이날 학원 휴원을 유도할 대책을 발표한 이유는 부산의 한 학원에서 확진자가 다수 나왔는데도 학원 휴원 권고에 학원가가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기준으로 전국 학원 8만6천435곳 가운데 3만6천424곳(42.1%)만 문을 닫았다. 대형 학원이 밀집한 서울에서는 1만4천974곳 중 4천560곳(30.5%)만 휴원했다.

학원가에 따르면 다음 주부터는 휴원율이 더 떨어질 예정이다.

종로학원·대성학원·메가스터디 등 대표적인 대형 학원들이 다음 주부터 학원 현장에서 수업을 완전히 재개한다. 종로학원·메가스터디의 재수종합반은 이번 주에 이미 수업을 시작했다.

서울 대치동·목동·중계동 등 학원 밀집 지역의 유명 입시학원들도 다음 주에는 수업을 재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들은 휴원을 권고하는 정부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는 쉬어도 학원은 열어야 한다’고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의 초점이 대학 입시에 맞춰져 있고, 대학 입시 공부는 사실상 사교육이 책임지는 한국 교육 구조 탓에 학원 수업은 국가 비상사태 같은 상황에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학원 관계자는 “학원 강사라고 코로나19가 안 무섭겠냐”면서 “아이들도, 강사들도 학원에 나오기 싫은 마음은 똑같지만 어쩔 수 없으니까 마스크 쓰고 손 소독하면서 수업하는 것”이라고 푸념했다.

교육부는 학원 휴원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 합동 현장 점검’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학원은 현행법상 휴원 명령을 내릴 수 없어 휴원 권고·유도만 가능하다.

교육부·시도 교육청·국세청·경찰청·소방청이 대형학원과 기숙학원을 중심으로 학원들이 방역 지침을 잘 지키고 있는지 점검하기로 했다.

형식상으로는 코로나19 방역 점검이지만, 실제로는 다음 주 학원 휴원을 유도하기 위해 금요일인 이날 급히 발표한 ‘으름장’에 가깝다.

점검에 동행하는 국세청과 경찰 관계자는 학원이 탈세 등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지를 살핀다.

교육 당국은 점검에서 ‘선행학습금지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을 어긴 사실을 적발하면 벌점을 줄 수 있다. 벌점이 쌓이면 과태료 처분을 하게 되고, 위반 정도가 심하면 교습 정지 처분까지 내릴 수 있다.

이처럼 방역뿐 아니라 종합적인 운영을 점검하면 학원 입장에서는 부담이 작지 않다.

그러나 현장점검을 한다고 학원이 부랴부랴 정부 권고에 따라 문을 닫을 만큼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어서 ‘엄포’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범부처 학원 단속은 2018년 1∼3월에도 있었지만 학원 172곳에서 법령 위반 사항 149건을 적발하는 데에 그쳤다.

교습 정지 처분을 받은 학원은 단 2곳뿐이었고 대부분의 처분은 수십만원에서 100만원 수준 과태료나 벌점·시정명령이었다.

학원들은 “학원도 엄연히 월급을 받으며 일하는 직원이 있는 영업장인데, 당장 다음 주 월요일부터 문을 닫으라니 황당하고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입시학원 관계자는 “정부가 휴원을 권고한 2월 24일부터 2주간 휴원했는데, 2주간의 비용 손실과 노력이 무시당하고 한방에 ‘악의적인 집단’이 돼버렸다”며 “방역과 관계없는 부분까지 지적하는 점검까지 나온다고 하니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대형 학원 관계자는 “추가 휴원은 없다. 어차피 재수생 중심의 대형 학원은 법을 어기지 않으므로 점검도 신경 안 쓴다”면서 “학생들은 독서실보다 학원이 안전하다며 고마워하고, 학부모들도 조사해보니 90%가 등원을 원했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가 이날 “확진자가 발생한 학원 명단 공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구성원 사이 감염이 일어난 학원을 공개하는 것일 뿐,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이 다닌 모든 학원을 공개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발표한 것에도 우려가 나온다.

학부모 최모(47)씨는 “확진자 학생이 국·영·수 학원에 다니는데 수학 학원에서 옮았으면 수학 학원만 공개하고 국어·영어 학원은 어딘지 공개 안 한다는 것 아니냐”라면서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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