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6.12.27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실과 정직으로 일궈낸 나테라 인터내셔널의 송진국 회장
“가장 국제적인 언어는 영어가 아니라 엉터리 영어(Broken English)다. 미국·영국 사람 빼면 전 세계 사람들이 엉터리 영어를 쓴다. 그러니 한국 사람들이 외국에서 사업하면서 영어 못한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다. 그냥 부딪히면 된다.” 수십 년째 미국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목욕용품 브랜드 ‘트리헛(Treehut)’과 20년 넘게 존슨앤존슨 다음으로 미국 판매 2위를 유지해오는 유아용 화장품 ‘베이비 매직(Baby Magic)’을 생산하는 미국 화장품 회사 너테라 인터내셔널의 송진국 회장의 불굴의 개척정신이다. 자회사인 ‘뷰티 매뉴팩처링 솔루션스(Beauty Manufacturing Solutions)’에선 로레알, 로라메르시에 같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을 OEM으로 생산하고 있다.

아주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미국 오클라호마로 건너간 직후의 상황은 2차 오일쇼크로 미국 경제도 휘청거리던 시절이었다. 당시에 취직하고 싶었던 정유회사는 이미 직원을 2000명이나 해고한 뒤라 포기하고 화장품회사를 찾아갔다. 그러나 이 회사 역시 “사람을 뽑을 계획이 없다”고 했다. 송진국 회장은 “사장을 한 번이라도 만나게 해달라”면서 로비에서 두 시간 이상을 버텼다. 결국 사장이 그를 만나 주었다. 사장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을 때, 송회장이 “취직을 하고 싶다”고 말했으나 그 사장은 잘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서투른 영어 탓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황급히 종이를 꺼낸 뒤 펜으로 써내려갔다. “나는 한국에서 화학을 공부했다. 화장품 연구원으로 일을 잘할 자신이 있다. 돈은 받지 않겠다.”고 했다. 사장이 재밌다는 표정을 지으며 “오케이. 그럼 내일부터 출근하세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미국에서 첫 직장을 구하게 되었다.

어렵사리 취직하게 된 그는 성실하게 최선을 다 했다. 연구실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미국 직원들은 의외로 시간만 때우고 생각보다 일을 열심히 안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나 그는 그 회사에서 누구보다 일찍 출근했고, 가장 늦게 퇴근했다. 매우 정직하고 성실하게 근무하다 보니 나중엔 회사에서 아예 연구실 열쇠를 그에게 맡기까지 하였다. 2년 정도 근무하고 나서 연구실장 직함을 얻게 된다. 그러나 당시 회사가 공동창업자끼리 갈등이 야기되면서 여러 개로 쪼개지고 말았다. 다들 송회장을 제품 개발팀장으로 데리고 가고 싶어 했지만, 1985년에 자신의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처음 2~3년은 집에 월급을 못 갖다 줄 정도로 수익이 거의 없었다. 캐모리라는 화장품 회사를 차려서 여기저기 물건을 팔다가 결국 접은 것이다. 그 다음엔 알로에베라를 주성분으로 하는 화장품 회사를 설립하여 나중에 남양 알로에베라에 팔기도 하였다. 그렇게 한 10년 보내고 나서야 안 망하고 회사를 운영하는 법을 터득했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1995년에 나테라 인터내셔널을 설립하게 된 것이다.

나테라 인터내셔널은 현재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만 3만㎡(9000여평)에 이르는 공장과 6300㎡(1900여평) 크기의 본사를 두고 있는 화장품 회사다. 최근엔 영국 ‘토니앤가이’ 출신인 앤소니·팻 마스콜로(Mascolo) 부부와 손잡고 ‘티지(TIGI)’라는 헤어살롱 제품과 메이크업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최근 나테라 인터내서널은 한국에 ‘나테라 코리아’를 설립했고, 프랑스에도 ‘나테라 프랑스’ 사무실을 열었다. 송 회장의 비전은 전 세계에 나테라 제품을 판매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에 두고 있다. 그리고 그의 꿈은 코카콜라나 빅맥, 박카스나 야쿠르트처럼 꾸준히 사랑받는 명품 브랜드 하나쯤 만들고 은퇴하는 것이란다. “학연도 지연도 혈연도 없는 미국에서 영어도 잘 못 하면서 살아남으려면 결국엔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하는 수밖에 없었다.”는 그의 성공비결은 “좋은 시민이 돼라(Be a good citizen)”는 그의 좌우명에서 찾을 수 있다. 좋은 시민이란 법 잘 지키고 세금 잘 내고 자신의 할 일을 잘 하는 사람이란다. /경상대학교 경영학과

 
나테라 인터내셔널 송회장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