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매 소식에 마음만 서두는 겨울농사
납매 소식에 마음만 서두는 겨울농사
  • 경남일보
  • 승인 2014.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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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단감나무 전정
지난 주초에 한차례 추위가 지나고 나니 봄처럼 따뜻한 날씨가 찾아 왔다. 절기상으로 가장 춥다는 소한, 대한도 지나고 입춘을 앞둔 시점이라 봄이 멀지는 않았겠지만 갑작스런 기온 변화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말에는 때 아닌 겨울에 눈 대신 한차례 가는 비가 지나갔다. 겨울철에 눈비가 내리고 나면 기온이 급강하하는 추위가 찾아오곤 하는데 이번에는 따라오는 한파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벌써 봄이 시작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그동안 꽃소식도 있어 납매가 피었다는 소식이 있었다. 납매(臘梅)는 중국원산으로 당매라고도 불리는데 꽃이 섣달에 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예년보다 열흘 정도 빨리 피었다니 날씨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식물은 온도와 같은 기상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개화를 촉진하는 영향을 받았으리라 믿는다.

그동안 다른 곳에 관심을 갖느라 보지 못했던 매화도 꽃눈이 많이 부풀었다. 관상수로 정원에 매화를 심어두고 꽃을 즐기는 이들은 빠른 화신을 자랑하기도 한다. 농사를 생업으로 하는 농업인에게는 꽃이 빨리 피는 것이 반가운 일만 아니다. 빠른 개화 이후에 찾아오는 냉해피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꽃피는 시기에 닥치는 늦추위로 인한 피해뿐만 아니라 개화 시기가 빨라져 입을 피해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단감나무 전정을 시작은 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얼마 하지 못했다. 이런 속도라면 열흘을 붙어서 더 해도 끝을 낼 수 없을 것 같다. 아침 기온이 낮고 낮 길이가 짧아 하루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질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종일 과수원을 떠나지 않고 일을 한다고 해도 작업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음력설 전에 가지치를 끝내기로 한 계획은 어렵게 됐다.

급한 마음에 햇살이 풀리기 전부터 나서 보지만 서두른다고 능률이 오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자칫 사다리를 잘못 놓아 넘어지기라도 하면 낙상을 당하여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 특히 겨울에는 땅이 얼어 사다리가 자주 미끄러져 낭패를 당하기 일쑤다. 추위를 이기려고 옷까지 여러 겹을 껴입으니 몸놀림이 둔할 수밖에 없어 제풀에 넘어지기도 한다.

작업속도는 느렸지만 전정가위로 잘라 떨어진 가지를 치워 가면서 하기로 했다. 가지를 치우는 것도 언젠가는 해야 할 일리라서 한 그루 또는 한 가지를 자르면 작업에 방해가 되는 것은 밖으로 들어내거나 전동가위로 잘게 자르며 마무리 했다.

가지치기를 하면서 잘라 낸 가지는 땅을 파 묻거나 잘게 부수어 바닥에 뿌려두면 썩어 거름이 된다. 그러나 잘게 부수는 것은 파쇄기가 있어야 가능하고 구덩이를 파는 것도 굴삭기가 필요한 일이라 쉽게 처리하는 방법으로 전동가위로 자를 수 있는 가지는 자르고 큰 가지는 밖으로 들어내 쌓아두기로 했다.

단감나무가 크게 자라면서 가지가 복잡하게 얽힌 곳에는 일부 나무를 통째로 잘라냈음에도 아직도 그대로인 곳이 많았다. 이제는 나무 밑동을 자르는 것이 아니라 큰 가지를 잘라낼 차례였다. 밑동을 잘라낼 때는 기계톱을 사용했으나 가지를 자를 때는 기계톱이 위험할 것 같아 그냥 톱으로 잘랐다.

톱을 사용하다보면 처음에는 잘 잘리다가 어느 정도 자르고 나면 방향을 잘못 잡아 톱이 나무사이에 끼게 되면 작업이 어렵게 된다. 그럴 때 무리하게 힘을 가하다보면 톱날이 휘어져 부러지기 일쑤다. 또한 톱질을 할 때는 나뭇가지가 떨어지지 않을 곳에 자리를 잡고 작업을 해야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

과수원에는 나뭇가지가 이리저리 늘어지고 얽히고설켜 이동이나 기계를 움직일 때는 늘 조심을 해야 한다. 전정을 하면서 가지가 늘어져 농기계작업에 걸릴만한 가지는 미리 없애기로 했다. 지금은 괜찮아 보이지만 열매가 열려 무게가 실리면 늘어질 것까지 감안하여 잘라냈다. 열매를 많이 열리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이 더 우선이기 때문이다.

/정찬효 시민기자

단감나무전정
초보농사꾼이 단감나무 전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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