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열매 얻기위한 필수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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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3.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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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매실나무 가지치기
한해가 저물어가는 연말에도 농사일은 이어졌다. 매실나무 가지치기는 시작한지 한 달이 다 되었는데도 끝나지 않았다. 가지치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아 그동안 두 번에 걸쳐 우리모임의 김종호 회장을 따라다니며 많이 배웠다.

한 번은 멀리 사천에 있는 매실농장을 찾아 가지치기를 해주고 내년에 묘목으로 키울 접순을 따왔다. 매실품종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김 회장이 지난여름 열매 상태를 확인하고 주인을 직접 만나 가지치기를 해주고 접순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약속을 받아왔다. 그날 매실농사에 관심이 있는 회원이 동행하여 가지치기 방법을 배우면서 작업을 끝내고 사용할 만큼 접순도 모아 냉장실에 보관했다.

공휴일인 성탄절에는 또 다른 농장을 방문하여 가지치기를 해주고 접순을 땄다. 작업일자를 성탄절로 택한 이유는 농장 주인이 직장에 나가지 않는 날을 택하기 위해서였다. 매실은 고성이라는 품종으로 5년 전 회장이 묘목을 직접 구해주고 그동안 가지치기도 수시로 가르쳐왔다고 한다.

이번 방문 목적은 접순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매실나무 상태를 살펴보고 잘못된 수형을 잡아주기 위해서였다. 아직 생장이 왕성한 나무라 가지치기로 영양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원하는 수형을 만들고 가지치기를 통해서 생장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도 배울 수 있었다.

복잡하게 이중삼중으로 겹쳐있는 가지를 잘라내자 공간이 만들어지고 나무의 모양새를 갖추어 갔다. 가지치기는 남에게 맡긴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열매를 하나라도 더 달겠다는 욕심에 굵고 꽃눈이 달린 가지를 잘라버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과감하게 큰 가지를 잘라야 다른 가지가 산다는 것을 보지 못할 때가 많다.

가지치기를 배우고 돌아오는 길에 여기저기 만나는 매실나무를 다시 볼 수 있었다. 배우기 전에는 같은 매실나무였던 것이 돌아올 때는 모두 틀리게 보였다. 그냥 방치하여 수세가 엉망인 것이 있는가하면 잘 다듬어 반듯하게 정원수처럼 다듬어 놓은 곳도 보였다. 가지치기를 너무 강하게 하여 금년에 새로 나온 도장지가 있던 가지보다 더 왕성하게 자란 곳도 있었다. 모두 가지치기에 따른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번의 동행으로 많은 것을 배웠고 서툴지만 혼자서 가지치기를 해도 되겠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지금부터는 내가 직접 가지치기한 나무의 성장과정을 보면서 경험을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가지치기를 하다 자신이 없으면 자르지 말고 그냥 두라는 이야기가 귓전을 맴돈다. 모르면 묻고 다시 배워 다음에 손을 보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의 흐름이 빠른 것 같다. 희망차게 출발했던 계사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귀농을 결심하고 초보 농사꾼으로 출발 한지도 벌써 열 달이 지났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면 서투른 솜씨에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큰 욕심보다는 배워 보겠다는 심정으로 시작은 했지만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해 보기도 전에 복병을 만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봄철 개화기에 찾아 온 늦추위에 꽃이 얼어 배 농사는 지어보지도 못하고 접었다. 결국 배 과수원은 해마다 반복되는 냉해를 막을 방법이 없어 폐원을 하고 작목을 전환하기로 했다.

농촌에서 나서 자랐고 농업과 관련된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농사일과 늘 함께 해왔다. 귀농을 결심하는데 어려움은 없었고 일도 낮 설지 않아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듯 직접 지어 본 농사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난관은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한 순간의 방심에 농사를 망치기도 했다. 작황이 좋아 풍작을 확신했던 벼농사는 단 한차례 방제를 놓쳐 멸구 피해를 크게 입고 말았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각가지 모임이 많아졌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다가오는 새해를 희망차게 맞이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되돌아보면 지인들로부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던 한 해였다. 서투른 농사일을 배우는 동안 찾아와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지도까지 해준 분들도 많았다. 이런 이웃들이 새롭게 출발한 초보 농사꾼을 지켜준 버팀목이었다. 그동안 이웃에서 농사를 함께 돌보며 도움을 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정찬효 시민기자

매실가지치기시범
김종호 회장이 직접 매ㅑ실나무 가지치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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