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비 삭감되면 한반도 영향 받을까
美 국방비 삭감되면 한반도 영향 받을까
  • 연합뉴스
  • 승인 2013.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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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정부 예산의 자동 삭감(시퀘스터)이 오는 3월 1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되면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한미 전력이 다소 약해질 수 있지만 무기 성능 등 질적인 면에선 북한보다 매우 뛰어나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회가 오는 28일까지 균형 예산 달성을 위한 시퀘스터(sequester) 회피 방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는 3월 1일부터 2013회계연도가 끝나는 9월 30일까지 7개월간 850억 달러(약 92조원)를 무조건 줄여야 한다.

행정부 입장에서는 절감이지만 의회 입장에선 예산통제법(BCA)에 따라 연방 부처·기관별 예산의 일정 부분을 강제로 몰수하는 것이다.

26일 현재까지 미국 여야가 팽팽히 맞서고 있어 시퀘스터가 발동될 가능성이 크다.

삭감 규모는 국방예산 460억 달러(약 50조2천억원)와 교육·수송·주택건설 등 일반예산 390억 달러를 합친 850억 달러(약 92조원)다.

유에스에이(USA)투데이 등 유력지가 최근 보도한 미국 국방부의 시퀘스터 대책에 의하면 군인 급여를 제외한 모든 국방예산 항목이 삭감 대상이다. 작전능력목표(OCO) 향상 예산까지 포함된다.

이 460억 달러는 군인 인건비를 제외한 전체 국방예산의 9%에 해당한다. 2014회계연도(2013.10.1∼2014.9.30)부터 2021회계연도까지는 매년 500억∼550억 달러씩 국방비가 줄어든다.

이에 따라 국방부 소속 민간인 근로자 80만 명 중 대부분이 사전 통보 기간(30일)이 끝나는 4월 1일부터 최대 22주간에 걸쳐 1주일에 하루씩 무급 휴가를 가게 된다. 전체 급여가 약 20%(40억∼50억 달러) 준다.

육군은 아프가니스탄 전투 병력을 뺀 지상군의 80%에 대한 훈련 축소, 고용 동결, 신규 장비 구매비 삭감, 비정규직 3천100명 임시 해고 등으로 170억 달러를 절약하기로 했다. 육군 기지 수리비도 70% 준다.

해군은 페르시아만에 항공모함을 1대만 배치하고 항모 탑재기의 비행시간도 절반 이상으로 줄였다. 건조 중인 항모와 수리 중인 항모는 작업이 이미 중단됐다.

해병대 전술부대는 50% 이상이 최저 준비태세만 유지한다.

해군과 해병대는 태평양과 같은 핵심 해역에서의 작전을 최대 3분의 1까지 축소할 계획이다.

공군은 비행시간과 무기체계 정비를 수용 가능한 선까지 줄이기로 했다. 인기 높은 공군 에어쇼도 지원하지 않는다.

민간 조선소에서 수리 예정인 군함의 70%(25척)와 올 하반기에 정비가 예정된 군용기 327대는 계획이 취소됐다.

군함과 항공기의 아프리카 배치 계획은 없던 일이 됐고 남미 군함 파견은 애초 6척에서 1척으로 줄었다.

2014회계연도에는 육군 소속 정규군과 주방위군, 연방예비군을 합쳐 병력 10만 명을 줄인다는 계획도 있다다.

국방부는 이렇게 예산이 깎이면 임무 수행 능력 저하로 대비태세가 위험해지고 2천500개 투자 사업의 상당수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했다.

레이먼드 오디어노 육군참모총장은 지난 12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2013회계연도 국방비 감축이 이미 태평양군사령부(PACOM) 전력을 크게 약화시키고 있으며 향후 몇 년간 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 운용 능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디어노 총장은 2011년 11월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선 “대규모 국방비 삭감은 미군에 재앙적(catastrophic)인 일이 될 것”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도 2011년 11월 언론 브리핑에서 “(국방비 삭감으로) 선원 없는 군함, 총알 없는 여단, 숙련된 조종사 없는 비행단이 되고 (미군은) 종이호랑이(paper tiger)가 될 것”이라며 “사기 저하와 준비태세 미흡은 적(敵)의 침공(aggression)을 자초한다”고까지 했다.

2008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지난해 8월 한 언론매체 인터뷰에서 “시퀘스터가 적들로부터 국가를 수호할 수 없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권위 있는 브루킹스연구소의 군사전문가 피터 싱어 선임연구원(21세기 국방 이니셔티브 담당 디렉터)은 “어떻게 계산을 해봐도 국방비 감축이 미국을 북한과 같은 적성국에 맞설 힘조차 없는 ‘종이호랑이’로 전락시킬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이는 시퀘스터가 시행돼도 미국 국방예산이 북한보다 60배나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싱어 연구원은 지난해 9월 시사주간지 타임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과 미국, 중국·러시아·일본·북한 등의 군사비와 전력을 정밀 분석한 뒤 “미국 국방비가 10%든 30%든 삭감되면 미군의 가용 병력 수는 분명히 약화되겠지만 아직까지 적의 공격을 초래할 만큼 ‘속이 빈 군대’(hollow military)가 될 것으로 예측하긴 무리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군 활동에 대한 국방부 지출이 감소하므로 시퀘스터 영향이 아시아에서 즉각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이로 인한 전력 감소 수치는 동아시아에 주둔하면서 북한과 분쟁이 발생하면 바로 그날 투입할 수 있는 수준을 나타내는 것이지 다른 지역으로부터 공급되거나 미 본토에서 전투에 배치할 수 있는 군사력(수백 대 단위로 긴급 발진할 수 있는 장거리 폭격기와 제트전투기)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싱어는 “여러 시나리오에 따라 한미 양국의 군사력이 약화되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나쁜 수준은 아니다”며 “북한이 비상식적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나라이지만 전투기와 대포의 상대적 증감에 따라 결정적인 군사적 우위를 차지한 것으로 판단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싱어는 “전차(탱크) 수에서는 북한이 우위에 있지만 (한미) 동맹군에는 현대식 전차가 많아서 훨씬 더 강력하다는 점과 대부분의 북한 전차들은 전차 대(對) 전차 전투를 위해 근접하기도 어렵다는 점 때문에 힘의 균형을 이루게 된다”면서 북한 전차가 비무장지대 훨씬 후방에서부터 동맹군의 공중폭격으로 파괴될 것(적 전차의 대부분이 지상 사격이 아닌 공중 폭력으로 파괴된 이라크에서처럼)으로 예상했다.

그는 “앞으로 동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주둔 미군의 수가 줄어들 수 있지만 미국이 그래도 여전히 막강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퀘스터가 적의 침공을 유발할 것으로 단정짓기 곤란하다”며 “미군이 약해지더라도 적의 공격을 억제하고 대응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싱어는 “시퀘스터에 의한 국방비 삭감 여부에 상관없이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들이나 심지어 적성국들도 미군의 핵심 전력과 군사력이 세계 최강이라는 사실에 대해 일말의 의심도 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령부는 지난 21일 유사시 한국 방어를 위한 작전연습인 한미 ‘키 리졸브(KR)’ 연습을 오는 3월 10일부터 21일까지 2주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오디어노 육참총장은 “북한 위협에 대비해 한국 내 방어력은 최고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지만 해외 주둔 미군을 상대로 한 가족 동반 프로그램과 군인 프로그램, 미국 시민 프로그램 감축은 한국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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