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의 친구
세 사람의 친구
  • 경남일보
  • 승인 2013.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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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완 (합동참모본부 사후검토관)
탈무드에 세 친구 이야기가 나온다. 요약하면 어느 날 임금(하나님)이 사자(使者)를 보내어 어떤 사나이에게 곧 출두(죽음)하라고 명령을 했다. 그 사람에게는 세 사람의 친구가 있었는데, 첫째 친구(돈)는 대단히 우정이 깊어 항상 진정한 친구라 생각했고, 두 번째 친구(친척)는 친했지만 첫째 친구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했으며, 세 번째 친구(선행)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평소에 별반 관심을 갖지 않았던 사이였다.

사자가 왔을 때 첫째 친구에게 동행을 청했으나 “나는 자네를 모르고 본 적도 없다”며 냉정하게 거절했고, 두 번째 친구는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무덤까지 함께 가주는 것”이라 했다. 마지막 친구는 “나에게 한 것만큼 임금에게 잘 말해 주겠단다.” 세 친구 이야기는 인간이 생명이 끝날 때 최후에 남는 것은 돈도, 친척도 아닌 본인이 행한 ‘선한 삶’임을 보여주는 교훈적인 우화라 할 수 있다.

누구나 다 알듯이 인간이란 행복하지 않으면 만족할 줄 모른다. 그렇다면 행복의 척도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각기 다를 뿐만 아니라 정의 또한 각각 상이할 것이다. 고대사회로부터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진 재화에 따라 행복의 크기 즉 ‘돈이면 무엇이든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다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 왔다. ‘돈 앞에 무력해지고, 부모형제도 몰라보고, 법과 도덕과 양심조차도 제 정신을 잃고 마는 돈의 위력’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일까.

예를 들면 ‘세계적 글로벌 기업이면서 수조원의 재산을 가진 삼성가 형제 간의 유산상속 분쟁’, ‘현금 12만원과 순금반지 하나 때문에 어머니 목을 졸라 살해한 인면수심의 40대 남자’, ‘돈 몇 푼 때문에 40년 친구를 무참히 저수지에 수장한 엽기적인 살인사건’, ‘돈 10만원 때문에 고교생이 친구를 목 졸라 살해한 사건’,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사람을 살해한 수많은 사건 등’ 돈과 관련된 사건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뿐만 아니라 일찍이 도스토예프스키 또한 ‘죄와 벌’에서 “1860년대 7월의 찌는 듯이 무더운 어느 날, 법학을 전공하는 휴학생인 라스꼴리니꼬프는 러시아의 수도 생페떼스부르그에서 도끼를 끼울 올가미를 만들고 노파에게 보여 줄 가짜 전당품을 만들고 도끼도 경비실에서 우연히 발견한다. 그는 노파의 아파트로 잠입해 들어가 노파를 살해하고 전당품과 돈 몇 푼을 훔친다···”로 돈 몇 푼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죄와 벌’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최근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결혼적령기 남녀들에게 그 집안의 경제력을 최우선시하는 ‘헬리콥터 맘’이 등장했다고 한다. 한 결혼정보업체가 미혼자 556명의 설문조사에서 미혼남성 49.6%는 여성의 생활력을 꼽았고, 또 다른 결혼업체가 지난 4년간 미혼남녀 7만여 명을 조사한 결과 여성들은 1순위로 남자의 경제력을 꼽았다니 결혼풍속도 돈이 판치는 세상이 된 것 같다.

그러나 돈이 많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6월 영국의 신경제재단(NEF)이 세계 151개국을 대상으로 삶의 만족도와 기대수명, 환경오염지표 등을 평가해 국가별 행복지수(HPI)를 산출한 결과 코스타리카가 1위, 베트남 2위, 콜롬비아 등 상위 10개국은 가난한 국가들이 차지했다. 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 1위인 미국은 105위, 영국 40위, 중국 60위, 한국은 63위로 국가 경제순위와 HPI는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북한은 아예 조사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25일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의 메인 타이틀은 ‘국민행복시대’다. 우리도 ‘잘살아 보세’로 시작하겠지만 국내외 환경이 대통령 한 사람 바뀐다고 손등을 뒤집어 손바닥 되듯 수입이 대폭 늘어나 물질적 풍요로 행복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가장 시급한 ‘빈부격차 해소, 최저생활 보장,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몇 가지만 해결되면 행복지수(HPI)를 우리 스스로가 높여야 한다. 우리 모두가 대통령이 국민행복시대를 열어 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나 덕분에 살맛나는 세상이 되도록 세 번째 친구(선행)를 가장 가까운 친구로 삼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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