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2만km 국제적으로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 분석도
중국이 유네스코에 세계유산인 만리장성의 길이를 늘여서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홈페이지에 따르면 중국은 올 6월24일부터 7월6일까지 러시아에서 열린 제3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만리장성의 길이가 2만km에 달한다고 수정 보고한 데 이어 이달 초 만리장성의 길이를 2만km로 확정했다.
이는 중국이 앞서 유네스코에 보고한 만리장성 길이보다 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200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정기보고 당시 중국은 만리장성의 길이에 대해 “5천km에 달하는 만리장성은 완벽하게 보존하기 어렵다. 특히 6km에 달하는 북쪽에 있는 만리장성 지역은 보존하기도 어렵고 절반만 남았다”고 서술한 바 있다.
이 같은 중국 측 서술에 따르면 만리장성 전체 길이는 북쪽에 있는 만리장성을 절반만 포함하면 8천km, 북쪽에 있는 만리장성을 모두 포함시켜도 1만1천km라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중국은 이번 러시아 회의에서 만리장성 길이를 최소 9천km, 최대 1만2km 늘여 보고한 셈이다.
중국은 또 이번 러시아 회의 때 만리장성의 주요 지역의 주변 경계를 수정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관계자는 “경계를 일부 수정했지만 소폭이며 지도를 대조해본 결과 우리가 우려하는 고구려 산성이나 발해 산성 지역과는 전혀 다른 지역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번에 만리장성의 경계 수정을 하면서 은근슬쩍 그 길이도 늘인 셈이다.
하지만 세계유산의 경계를 확정 짓는 기준은 세계유산의 면적과 완충 지역 면적이기 때문에 길이 등 세계유산을 설명하기 위한 일반적인 서술 변경은 문제 삼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수단의 게벨 바르칼과 나파탄 지구 유적의 경우 세계유산센터 홈페이지에 공개된 일반 서술에 따르면 60km에 걸쳐 유산이 산재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의 면적은 183ha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유산의 경계를 확정 짓는 면적을 수정할 경우에는 반드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중국이 이번에 유네스코에 만리장성 길이를 늘여서 보고 한 것은 올 6월 초 만리장성의 길이가 2만km가 넘는다고 대외적으로 공식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중국 국가문물국(한국의 문화재청 해당)은 6월5일 고고학 조사 결과 역대 만리장성의 총 길이가 2만1천196.18㎞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내 학계에서는 중국이 만리장성을 고구려와 발해 영역까지 확대하려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 역사 왜곡 논란이 가열됐다.
중국이 이번에 유네스코에 만리장성 길이를 2만km로 수정 보고한 것도 만리장성 길이가 2만km에 달한다는 중국 측 주장을 국제적으로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만리장성은 198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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