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기자회견…“후진 양성에 온 힘”
한국 축구 대표팀의 든든한 수문장이었던 이운재(39)가 선수 생활을 공식 마감하는 자리에서 그동안 응원해준 팬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를 전했다.
이운재는 17일 서울 삼성동 라마다 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몸은 운동장을 떠나지만 마음은 항상 함성이 가득한 운동장에 영원히 머물 것”이라며 선수 생활을 접는 아쉬움을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운재를 경기장에서 떠나보내는 절친한 동료와 후배들의 동영상 메시지가 상영돼 눈길을 끌었다.
2000년 전후 한국을 대표하는 골키퍼로 맹활약한 이운재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1994년 미국 월드컵, 2002년 한일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치른 최고 베테랑이다.
특히 2002년 한일 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이운재가 스페인의 4번째 키커 호아킨의 공을 두 손으로 막아내는 장면은 한국 축구팬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돼 있다.
이운재는 “나에게 가장 큰 성공을 안겨준 것이 2002년 월드컵”이라며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아 2002년 월드컵 7경기에서 뛰며 받은 팬의 사랑과 동료애를 잊지 않겠다”고 말하며 당시 기억을 회상했다.
A매치 132경기에서 114점만을 내주고 경기당 평균 실점 0점대(0.86점)를 기록한 ‘전설’ 이운재는 선수 생활을 마친 이후 후진 양성에 힘을 쏟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이운재는 “기회가 된다면 후배를 양성하는 데 삶을 바치고 싶다”며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는 곳에서 팬들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 삼성 코치직을 제안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오늘 회견 이후 공식적으로 그 어떤 계획도 없으며 수원 구단과 접촉하지도 않았다”면서도 “한국의 모든 프로 축구 선수가 수원 삼성의 코치직을 탐낸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은퇴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면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묻자 이운재는 “은퇴를 결심하고서 혼자 1주일 동안 매일 울었다”며 “팬 앞에서는 울지 말자는 결심을 하고 이 자리에 나왔지만 집에 가면 아내를 안고 다시 울 것 같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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