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命의 보고, 경남의 습지를 살리자<중>
生命의 보고, 경남의 습지를 살리자<중>
  • 이은수
  • 승인 2012.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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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습지가 사라져간다
경남도에 분포하는 습지는 총 277개로 나타났다. 이중 가장 면적이 큰 습지는 주남저수지와 우포늪이다. 이밖에 화포습지, 박실지, 내천습지, 임북습지 등도 비교적 넓은 습지면적을 갖고 있다. 이들 습지는 식생경관이 좋아 멸종위기에 처한 조류의 서식처 역할을 했으나 쓸모없는 땅이라는 그릇된 인식하에 개발행위가 한창 이뤄지던 지난 80년 사이에 농경지 개간, 하천개수, 택지, 농장, 공단, 도로 등으로 사용됨에 따라 대거 소실됐다.

국외의 경우 습지보전지역의 훼손시 법적 처벌이나 벌금 등의 제도가 잘 구성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별다른 처벌규정이 없어 습지에 대한 훼손이 심각한 상황이다. 습지보전법은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지 못한 습지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으며 매립, 간척 등으로 습지훼손을 막을 수 없는 본질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국내 최대 자연늪 ‘우포’의 위기=창녕 우포늪은 국내 최대의 자연늪이다. 광활한 늪지에는 수많은 물풀들이 머리를 내밀고 있다. 부들, 창포, 갈대, 줄, 올방개, 붕어마름, 벗풀, 가시연꽃 등이 무더기로 자라고 있다. 늪에 반쯤 밑동을 담그고 있는 나무들이 ‘원시’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개발이란 미명 아래 국내 많은 늪은 사라지고 이제 늪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곳은 우포늪뿐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그러나 우포늪은 산업화 여파로 위기에 처해 있다.

부산대학교 생명과학과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포늪 일대의 습지 총면적은 1918년도에 약 533만㎡, 1969년도에 약 522만3000㎡, 2007년도에 약 370만6000㎡로 총면적이 약 69.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포늪의 쪽지벌은 1918년과 2007년 사이의 면적을 비교하였을 때 습지 전체면적의 약 50%가 소실된 것으로 확인됐다.

용호늪은 1918년에 약 146만3000㎡, 1969년에 약 92만1000㎡, 2007년에는 약 54만9000㎡를 나타냈다. 감소되거나 소실된 습지는 논이나 밭, 과수원 등의 경작지로 개간·매립되어 현재 양파, 마늘 등의 농사를 짓는데 이용하고 있다. 습지의 소실과 더불어 우포늪과 낙동강 본류를 토평천 또한 하도 및 제방공사로 인해 단순해지는 형태로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함안지역 습지, 경남서 최다 소실=함안 일대는 남강 본류의 범람원이 위치하고 있어 습지가 넓게 발달했으나 경남에서 습지 소실면적이 가장 넓은 곳으로 현재 번개늪, 질날벌, 대봉습지 등의 습지가 분포하고 있다. 이 일대의 습지 총면적 변화는 1963년에 약 531만25㎡이었으나 2004년에 약 1529㎡로 전체면적의 30%인 약 378만㎡의 습지가 소실되었다. 번개늪은 1963년에 약 81만5000㎡, 2004년 약 72만7000㎡, 대봉습지는 약 33만3000㎡에서 약 22만9000㎡로 감소했다.

질날늪은 약 17만4000㎡에서 약 4만9000㎡로 감소했다. 유전늪은 1963년에 약 19만3000㎡이었으나 유전늪 주변에 공장들이 생기면서 매립되어 2004년에는 완전히 소실되었고, 질날벌 또한 면적이 감소했다. 이와 더불어 신전안늪, 안늪, 남산벌, 윤회벌 등과 같은 소규모 습지들이 소실되었다. 칠서공단 100만평은 늪을 매워 공단을 만든 사례다. 반대로 옥수늪, 복구늪, 모시벌늪, 점늪 등과 같이 기존에 없던 습지가 새로 형성되거나 기존 습지에서 분리된 잔존 습지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함안 일대에서 이러한 습지 면적들의 감소는 농경지 이용을 위한 매립과 더불어 주거지와 산업단지,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많은 면적이 감소된 것으로 판단된다. 창녕군과 우포늪 일대는 농경지 확대로 인해 습지가 소실되었다면 함안군의 경우 농경지와 공단조성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메말라 가는 고산습지=경남지역에는 손꼽히는 고산습지들이 널려 있다. 양산시 하북면 천성산 화엄늪, 지리산 왕등재습지, 밀양시 재약산 사자평 산들늪도 빼놓을 수 없는 고산습지다. 재약산 사자평에 위치한 산들늪은 고산지대에 있는 늪 가운데 경관이 첫손가락에 꼽힐 만하다. 산들늪에는 복주머니난, 버들치 등 다양한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사자평 일대 배수로가 인공구조물에 의해 물 흐름이 차단되는 등 생태계 파괴가 심각한 실정이다. 사자평 습지는 2006년 말 주변 0.58㎢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으나 임도와 배수로 등 인공구조물에 의한 물 흐름 차단과 등산객의 잦은 출입으로 바닥이 딱딱해지고 나무가 자라는 등 육지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코스타리카의 황금두꺼비는 기후변화로 멸종한 최초의 동물로 알려져 있다. 고산지대에 서식하던 황금두꺼비는 1980년대 후반 엘니뇨 현상으로 습지와 웅덩이가 사라지면서 멸종됐다. 우리나라 고산습지도 무분별한 개발과 등산객들에 의한 훼손 등으로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 이춘기 자연환경과장은 “고산지역 평원에 대규모로 물을 머금은 곳에서 형성되는 습지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자료제공=낙동강유역환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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