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손글씨
[경일춘추]손글씨
  • 경남일보
  • 승인 2024.07.2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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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국 소소책방 대표
조경국 소소책방 대표


지난 14일 펜크래프트 유한빈 작가를 초청해 워크숍을 열었다. 진주문고와 진주공예창작지원센터에서 도움을 주셨다. ‘나도 손글씨 반듯하게 잘 쓰면 소원이 없겠네’, ‘어쩌다, 문구점 아저씨’ 등 베스트셀러를 펴낸 유한빈 작가는 그의 책 제목처럼 반듯하고 정갈한 글씨를 쓰는 유튜버로도 유명하다. 그의 글씨 쓰는 유튜브 영상에 반하고,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펜쇼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 것이 2년 전이었다. 진주문구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언젠가 유한빈 작가를 진주로 초대하고 싶었고, 이번에야 그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 진주문구연구회는 이름 그대로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한 달에 한 번 모여 펜이나 노트, 필사 등 문구와 손글씨에 대해 이야기한다.

워크숍엔 진주문구연구회 회원뿐만 아니라 유한빈 작가의 팬과 시민, 30여 명이 참여해 진주문고 여서재를 배움의 열기로 가득 채웠다. 점점 손글씨를 쓸 기회가 사라지는 시대에 이름 석 자 단정하게 써보고 싶다 생각을 가진 분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아무리 키보드와 스마트폰으로 ‘입력’하는 것이 대세인 세상에 살고 있을지라도 누구나 손글씨에 대한 애정은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주말 낮에 열린 손글씨 워크숍이 이렇게 인기를 끌 수는 없었으리라.

아직도 손글씨가 나의 품성과 교양, 지성을 나타낸다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애정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싶다. 옛 사람들이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 해서 관리를 뽑을 때 용모, 언변, 판단력과 함께 글씨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도 아마 그런 연유였을 것이다. 물론 아름다운 손글씨를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글씨는 표현과 기록의 도구일 뿐이다. 악필이어도 그것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 된다.

타고난 필재(筆才)를 가져 조금만 연습을 해도 세련된 글씨를 쓸 수 있는 사람도 있고, 노력해도 좀처럼 균형 잡힌 글씨를 쓸 수 없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또박또박 글씨를 쓴다면 남부럽지 않은 글씨를 가질 수 있다. 글씨도 시간을 투자하는 것만큼 는다. 점점 손글씨를 쓸 일이 없어지다 보니 글씨를 쓰는 기능도 퇴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아름다운 손글씨를 좀처럼 보기 힘든 까닭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발전해도 펜을 들어 글을 쓰는 행위 자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혹시나 손글씨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 평소처럼(?) 휙휙 갈겨쓰지 말고 몇 줄이라도 또박또박 글씨를 써보시길. 그것만으로도 손글씨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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