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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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4.07.1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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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손국복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보이저 통신』을 읽다(1)
손국복 시인은 어느새 네 번째로 시집을 내고 매우 당당히 시단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인은 어느 단계에 이르러 제 목소리를 가질까? 자기만이 선택한 소재에서 시적 성취를 누리며 한 시인이 당도한 시세계를 확보하여 그만의 정신, 그만의 기법을 눈여겨볼 수 있게 될 것인가, 이것이 연조가 있는 시인에게는 늘 과제가 되어 있다. 그 단계에서는 연작일 경우가 많고 한 소재에 집중하는 경우이고 인류가 공통으로 고민한 역사이거나 사색에 닿아 있을 때가 그러할 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손시인은 이번 시집 「시작 노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아무도 모른다, 저 우주의 깊이를/ 생성과 팽창, 소멸과 재탄생, 모두가 신비다./ 내가 알고 있다는 얕은 과학, 인문학적 사실이 완벽한 착각이라는 전제하에/ 보고 만지고 느끼는 얇은 감각과 인지를 총동원하여/ 살아있는 동안의 세상, 별, 사람 이야기를/ 무변광대 우주를 항해하고 있는/ 보이저호가 보내온 통신의 눈과 귀로 담아내고 싶었다./ 손바닥에 모래 한 알 올려놓고 세상의 이치나 우주적 원리니/ 아는체 까부는 내가 가소롭기도 하지만 어쩌랴/ 사막을 건너고 피안에 닿으려면 걷지 않고는 무슨 답이 있으랴./시는 어차피 비유와 상징의 환타지가 아니던가/ 별 찾는 어린 왕자가 되어,”

이런 의문점을 놓고 그는 보이저호에서 보내온 통신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필자는 그가 거대한 보이저 통신에 접하기 전에 직접적인 우주 비밀을 열고자 하는 의식이랄까, 그 바탕이랄까 하는 동기가 있으리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마침 시집 말미에 이달균 시인(직전 경남문협 회장)의 해설이 그 일단을 밝혀 준다.

“손국복 시인은 43년째 합천에서 살고 있다. 제2의 고향이 아니라 또 하나의 고향이라 말할 수 있다. 합천은 신비한 고장이다. 합천군 초계면과 적중면 두 지역에 걸쳐 지름 7㎞의 분지가 있다. 비행기에서 보면 육안으로도 이 둥근 분지를 볼 수 있다. 이곳이 바로 한반도 최초 운석 충돌구이며 공식적으로 ‘합천 운석 충돌구’라 부른다. 분지 곳곳을 시추한 결과 100m가 넘는 지하에서 가장 확실한 운석 충돌 증거물인 ‘충격원뿔암’이 발견되었다.

그렇게 보면 합천은 별과 지구가 합일된 고장이다. 충돌이라기보다 별이 내려와 입맞춘 곳이라 말하고 싶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보이저 통신」 연작시편을 쓴 이유를 그렇게 연관지어 보는 것이다. 이는 필자의 생각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여기 손시인의 말을 보태보면 “최근 3년동안 매일 한 두시간씩 천문공부에 매달렸다. 천체 항로, 폭발과 팽창, 생성과 소멸 등 천문 전반에 대해 탐구를 거듭했다”는 정황이다.

아니나 다를까 시인이 뒤에 보내온 문자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선생님, 저의 제4시집 『보이저 통신』은 합천 운석충돌구가 2021년 세계지질학회(곤드와니 리서치)에서 국제적 운석충돌구로 공인 받은 것을 계기로…지난 3년간 맑은 날 하루도 빠짐없이 밤하늘 별을 보고 별자리에 얽힌 그리스 로마신화를 공부했고 특히 NASA(미항공우주총국) 책임자였던 칼 세이겅의 『코스모스』를 탐독하면서 광활한 우주와 수많은 별들의 이야기에 푹 빠지는 시간이었습니다”하고 고백하고 있는 것 아닌가.

「보이저 통신 1 도전과 개척」을 보자. 총 77편 중 1번이다.

“나는 지금 성간 우주를 날고 있다/ 헬리오시스 이곳은/ 춥고 어둡고 외롭고 두렵다/회오리 목성/ 오색 목걸이 토성/ 천왕성 해왕성 얼음골 지나/ 수많은 행성과 떠돌이별 사이로/ 아버지 어머니 얼굴 가물 가물 보인다//창백한 푸른 별 떠나온지/사십오년/ 태어나 죽고 다시 사는 우리별/아름다운 풍경/수많은 언어/ 노래와 아기 울음….”

시의 화자는 보이저1호이다. 미국 항공우주국에서 쏘아올린 무인우주 탐사선이다. 목성과 토성 등 목성형 위성을 탐사하기 위해 보이저2호와 함께 1977년 발사되었다. 목성 토성을 근접 비행하면서 탐사를 진행하고 2012년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 우주로 진입했다. 2022년 발사 45년을 맞이했다. 그 보이저1호가 지금 성간 우주를 날고 있는데 춥고 어둡고 외롭고 두렵다고 한다. 그리고 수많은 별들 사이로 아버지 어머니 얼굴 가물거리고 있다 한다. 어느새 화자가 보이저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시인의 자리로 오버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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