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고택이 뭐예요?
[경일춘추]고택이 뭐예요?
  • 경남일보
  • 승인 2024.07.1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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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영 마루문학 발행인
안채영 마루문학 발행인


한자는 글을 쓰는 이에게 늘 숙제를 던진다. 우리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렇다. 훈민정음에 한자를 사용하지 말라는 말, 일(1)도 없는데 말이다. 한자교육을 이야기하면 사교육의 병폐를 들고 나와 이야기는 거기서 쫑을 짓는다. 한자의 기본적인 의미를 파악 하지 않고, 한글만의 소릿 글로 쓰면서 그 안 깊이 있는 의미를 생각 않고 통용케 되면 생각은 작아지고 표현은 부적확해 지는 것은 자명한데 말이다.

순수 한글로만 쓰자고 해서 오늘에 얻은 것은 오히려 난독과 표현의 어려움은 아닌지 반성해 볼 지점이다. 지금은 한자를 사용하지 않는 시대다. 셰익스피어의 소설 원본은 오늘에 읽기 어렵다. 소리글과 뜻글의 차이를 설명할 때 늘 등장하는 말이다. 그러나 뜻글자인 한자로 된 백거이의 시는 천삼백년이나 시간을 거슬러 왔지만 우리를 눈물 흘리게 하고 지금도 그 시가 주는 아름다운 한 폭 그림에 더 빠져들게 된다. 그게 바로 한자 지속성의 매력이다.

이 한자를 만든 사람은 그게 현대의 중국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동북아시아의 민족이 모두 만들고 사용한 글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지금 와서 그 문자를 갖고 사대니 외세에 따르느니 하는 것은 역사를 부정하고 달을 보라니 손끝을 보는 행위이다. ‘고택이 뭐예요?’ 학생들과 답사 갔다 당황한 교사들 기사를 보았다. 답사를 하는데 한자어로 된 유적지 안내판을 읽어내기는커녕 우리말 설명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비석이나 현판에 새겨져 있는 한자는 아이들에게는 ‘추상화’였다는 자조 섞인 고백을 읽었다. 한 글자라도 읽어내는 아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한탄이다. ‘동학혁명 모의탑’에서 ‘모의’가 무슨 뜻인지 ‘모의고사’의 그 모의냐고 물어왔단다. 아이들은 ‘고택’을 옛집이라는 뜻으로 읽어내지 못했고, ‘관아터’를 당시 관청이 있던 자리라고 설명해야 비로소 고개를 끄덕일 정도라면 말 다했다.

중학교에선 어렵다는 이유로 한문 교과를 기피하고, 고등학교에서 대입에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선택하지 않는 요즘 대학생조차 자기 이름을 한자로 쓸 줄 아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몇 년 전 결혼식 축의금 봉투에 축 화혼이나 축 결혼 대신 “결혼을 축하합니다”라는 한글만 사용하자라는 청원에 올랐던 내용이 생각난다. 결혼을 축하한다는 말이 결혼도 한자요 축하도 한자라는 것은 아는지 웃음이 나왔다. 한자는 우리글의 70%를 차지하고 전문서적을 펼치면 한자어를 구분하지 못하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교육 운운보다 공교육에서 보다 쉽게 가르칠 궁리가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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