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시를 쓰다, 마음을 쓰다
[경일춘추]시를 쓰다, 마음을 쓰다
  • 경남일보
  • 승인 2024.07.0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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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형 진주예하초등학교 교사
권태형 진주예하초등학교 교사


나는 시를 쓴다. 2021년 12월 31일부터 시작해 하루에 한 편씩 꼬박꼬박 쓰다 보니 어느새 900편에 가까운 시를 썼다. 시 쓰기의 시작은 나의 삶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또 한 살 나이는 먹어 가는데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 보이고 대체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래서 여태까지 무엇인가 꾸준히 해본 적이 없기에 잘 쓰든 못 쓰든 꾸준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을 했다. 나는 시인도, 작가도 아니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전문적인 공부를 해본 적도 없다. 초중고교 때 받았던 글쓰기 교육이 글 쓰는 공부의 전부였다. 그렇다고 글 쓰는 재주, 시 쓰는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직 글 하나에는 하나의 마음이 담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기처럼 쓰는 생활 자작시를 모토로 말 그대로 시 같은 글을 쓰기만 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썼기에 마음 가는 대로 주제를 잡아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음에 떠오르는 것, 기억나는 것, 내 눈과 귀로 느낀 것으로 매일 시를 써 나갔다. 스치는 바람, 창밖에 내리고 있는 비, 실수한 오늘 하루 등이 나의 시 주제가 됐다. 때때로 주제가 떠오르지 않아 힘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전문 작가가 아니라 나와의 약속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으로 적어 나갔기에 글은 엉망이 되더라도 적을 수는 있었다. 그렇게 나는 3년째 시를 쓰고 있고, 마음을 쓰고 있다. 나와의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다.

우리 학교는 행복학교를 거쳐 올해부터 행복나눔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는 예하답게, 모두를 이롭게’라는 슬로건으로 학생들에게 조금 더 이로울 수 있는 교육활동을 찾고, 교육공동체 모두가 진정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오고 있다. 행복나눔학교답게 이러한 노력과 교육활동들을 교육공동체와 함께 나눈다. 하지만 알아달라고 보여주기식으로 나누지는 않는다. 있는 그대로 나눈다. 우리의 노력과 교육활동들을 몰라준다고 멈추지도 않는다. 우리 학교 철학에서 나온 것이기에 묵묵히 해나갈 뿐이기 때문이다.

누가 알아봐 주지 않아도 꾸준히 한다는 것이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닌 나에게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학교와 나는 닮은 면이 있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스스로에게 충실하려고 노력한다는 점과 학교로서 그 책무를 다하려고 묵묵히 나아가는 점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 끝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다만, 하나는 확실한 것 같다. 그 끝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후회는 남지 않을 것이라는 그 점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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