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60]사람, 그립다 (전숙이 경남정보대 평생교육원)
[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60]사람, 그립다 (전숙이 경남정보대 평생교육원)
  • 경남일보
  • 승인 2024.05.0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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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없다

말하고 싶다

보기만 하면
손가락만 커질지도

―전숙이, ‘사람, 그립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람과 사람을 분리하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키오스크에서 음식 주문하기를 몇 번 했다. 중년의 어떤 분들은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을 시도하다가 슬며시 자동차로 되돌아가는 것도 여러 번 보았다. 로봇 팔이 커피를 제조해주는 무인 카페에는 아직 들르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앞으로도 가지 않을 것 같다. 식당에서 만난 서빙 쟁반 로봇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하마터면 쟁반 로봇에게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할 뻔한 적도 있다. 갈수록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할 일이 줄어들 것은 당연하다. 어쩌면 ‘대화해드립니다’라는 직종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불안 정서는 분리 의식에서 나온다. 교도소에서 독방이 갖는 의미와도 상통하겠다. 인간이 인간의 무리로부터 격리당하는 것만큼 큰 형벌은 없기 때문이다. 현대인 스스로가 끔찍한 형벌을 만들어 가는 세상이라니.

전숙이는 사람이 그립다고 한다. 더욱이 약국에 가는 것이라면야 약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이런 세상이 지속된다면 인간의 언어는 도태하고 누르는 기능이 강조된 손가락만 길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동조할 수밖에. 시인·계간 ‘디카시’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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