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고전학 총서 10종 추가 출간…진주·양산 학자 등 조명
지역 고전학 총서 10종 추가 출간…진주·양산 학자 등 조명
  • 백지영
  • 승인 2024.05.0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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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경남지역 학자 등의 작품을 통해 당대 지방 문학의 높은 수준을 엿볼 수 있는 고전학 총서가 발간돼 눈길을 끈다.

지만지한국문학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앙 문학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지역 고전학을 조명한 ‘지역 고전학 총서’로 지난 2022년 1차로 10권의 책을 내놓은 데 이어, 최근 2차분 10권을 추가로 출간했다.

이번 총서는 여말 선초에서 일제 강점기까지 다양한 시대적 인물들의 작품으로 한시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5언 율시와 7언 절구, 일기와 놀이 기록까지 다양하게 수록돼 있다.

‘예암 시선’, ‘경봉 시집’, ‘용만분문록’, ‘기락편방’, ‘신당일록’, ‘열상 기행 절구’, ‘태재 시선’ 등 영호남과 경기·강원에서 활동했던 학자들을 조명해 지방 문학의 높은 수준을 엿볼 수 있다.

2차분 10권은 18세기 진주 학자 예암 하우현, 20세기 양산 통도사 선승 경봉 정석, 18세기 성리학자 자고당 박상절, 16세기 함양 선비 진우재 양황 등을 발굴·조명하고 있다.

먼저 ‘예암 시선’(김승룡·김남희·이단 옮김)은 18세기 학자 예암 하우현의 시 77제 128수를 소개한다. 하우현은 진주 수곡면 사곡 마을에 진양 하씨 터전을 처음 잡았던 석계 하세희의 현손이다. 남명학을 계승한 그는 과거 시험에 응하지 않고 학문에만 몰두해 치지(致知)를 학문의 요체로 삼고 이를 위해 항상 마음속에 경(敬)을 간직하고자 했다. 시에는 당대 지식인의 고뇌와 삶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경봉 시집’(최두헌 옮김)은 양산 통도사의 선승 경봉 정석의 시를 소개한다. 당대를 대표하는 대선사였던 경봉은 한국 시승의 계보를 이으며 경허 스님 이후 불가 한시 영역의 대미를 장식했다. 다양한 소재를 다룬 시에는 선(禪)적 깨달음의 근원은 물론, 깊은 한문학 소양이 드러난다. 일지에 수록된 시를 있는 그대로 소개해 미화나 왜곡 없이 작품의 본질을 살필 수 있다.

‘기락편방’(백운용 옮김)은 1757년 함안 성리학자 자고당 박상절이 선조들의 기록을 모으고, 시와 그림을 더하고 서문을 붙여 하나의 책으로 간행한 책이다. 산천의 유장하고 미려함을 통해 긴장을 해소함으로써 마음을 다잡을 힘을 다시 충전하던 선조들의 현명한 놀이 문화를 배울 수 있다.

‘용만분문록’(이영숙 옮김)은 함양 선비 진우재 양황이 임진왜란 당시 부친 양홍주와 함께 사재를 털어 무기를 제작해 의주로 몽진한 선조를 찾아가 진상하고, 이를 통해 평양성 전투의 승리를 견인한 뒤 다시 한양으로 환궁하는 왕을 호종한 기록이다. 당시 전황의 급박함과 민중의 고초, 젊은 선비의 우국충정의 심정이 일기와 그 일기에 수록된 한시들을 통해 생생하게 드러난다.

지역 고전학 총서를 기획한 김승룡 부산대 교수는 “누구도 관심 두지 않던 지역 고전을 발굴해 출판하는 일이 매우 힘겨웠다”면서 “출간 이후 해당 문중은 물론 지역 학자들을 중심으로 호응이 커지면서 양과 질이 심화,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역성을 찾아낸 것이 무엇보다 큰 성과”라면서 “지역 고전학을 학문으로 정착시키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역 고전학 총서는 강정화 경상국립대 한문학과 교수, 정우락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박순철 전북대 중문학과 교수, 김승룡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등이 기획했다. 지역 고전학 총서 3차분 20권은 올해 중으로 발간될 계획이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경봉 시집
예암 시선
기락편방
용만분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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