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옥윤 논설위원
지난 5일, 어린이날에는 폭우가 쏟아져 대부분의 어린이날 행사가 취소되거나 실내 행사로 바뀌어 큰 아쉬움을 남겼다. 출산율 저하로 날로 줄어드는 어린이 숫자에 전전긍긍하던 차여서 왠지 씁쓸한 기분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날을 ‘개린이, 묘린이 날’로 정해 개판, 고양이판이 되었다. 24시간 애견 편의점과 토털 애견 뷰티숍, 수제간식으로 호식하고 모발관리하느라 애완동물이 살판 난 하루였다.
경기도는 이미 어린이날이 든 주일의 토요일을 ‘반려동물의 날’로 정한 터이다. 굳이 조례로 정하진 않았지만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도내 창원시에는 펫빌리지와 놀이공원, 수제간식, 미용시설, 놀이터가 성업중이다. 저출산 이후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생긴 사회현상이다. 외로워 동물에 정을 주다 못해 ‘개같이 벌어 개한테 쓰자’는 말이 나오고 ‘마음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운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58년 개띠, 어느 지인은 어버이날 앞당겨 딸이 개 한마리 안고 부모님을 찾아와 용돈만 던져 놓고 개린이행사에 간다며 훌쩍 가버렸다며 아쉬워 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로 올해 정년을 하고 마음을 잡지 못해 안절부절, 하나밖에 없는 딸이 오면 이것저것 의논도 하고 노후설계도 할 참이었지만 허사가 되고 만 것이었다. 결혼도 않고 반려견에 빠져 있는 딸이 애처롭기도 하지만 딸은 ‘골드미스’가 좋다며 하루하루가 마냥 즐거운 모습이다.
일본은 일찌감치 정년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일부에선 시행중이다. 그러나 우리의 베이비부머들은 정년 후의 생활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없는데다 재취업 일자리도 마땅찮다. 그렇다고 은퇴 후의 생활을 보장할 정도의 갈무리도 못된 처지다. 산업화의 역군으로 일밖에 몰랐던 그들은 요즘 세대처럼 즐길 줄도 모른다. 슬픈 우리의 자화상이다.
다시 정치타령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총선 승리의 전리품인양 국회 법사위, 운영위의 차지는 물론 전 상임위 독식을 꾀하고 있다. 서로 국회의장을 하겠다고 나서고 벼슬 나누기에 여념이 없다. 국가부채는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의료대란은 국민의 아플 권리(?)마저 박탈하고 있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다시 다수를 이용한 법안 처리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 여당은 총선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미궁을 헤매고 있고 대통령실의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무엇하나 제자리, 제대로인 것이 없는 아수라판을 보는 듯 하다. 그야말로 민생 부재, 국민 무시가 판을 친다. 총선 승리가 야당의 승리로 착각해선 안된다. 국민들은 언제 채찍을 들지 모른다.
누구나 의료의 혜택을 받아 사각지대가 없고 장바구니 물가가 안정된 것이 가장 낮은 단계의 민생이다. 개린이든 묘린이든 즐겁고, 은퇴 쓰나미의 베이비부머들도 즐거워야 살만한 세상이다.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았고 국회는 새로운 임기를 시작한다. 대통령의 독재를 경계해야 하지만 입법독재는 당분간은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가능한 세상이 됐다. 모두 경계할 일이다.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