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장 선거는 보수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현재까지 이상조·엄용수 전 시장과 현 박일호 시장 등 모두 3명의 민선 시장이 배출됐는데, 이 가운데 이상조 전 시장은 무소속으로, 엄용수 전 시장은 진보정당인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당선된 바 있다. 이상조 초대 민선시장은 당시 관선 시장을 역임하고 막강한 보수 여당의 지지를 등에 얻은 후보를 ‘개혁’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람을 일으키며 제압했다. 엄용수 전 시장 역시 열린우리당의 열악한 지지층과 낮은 인지도·선호도에도 불구하고 각종 흠결이 불거진 여당 후보를 상대로 대역전극을 펼치며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밀양시장 선거 역사를 더듬어 보면 보수의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등식은 ‘필요충분조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보수 후보가 당선 가능성은 높지만 흠결이 있다든지, 상대 후보보다 재목감에서 뒤떨어진다면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처럼 전임 시장들의 당선은 피 말리는 우여곡절의 과정을 겪었다면, 상대적으로 박일호 현 시장은 보수 여당의 프리미엄과 상대후보를 압도하는 스펙 등으로 낙승을 했다. 그러나 재선가도는 험난하다. 물론 현직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 없지만, 자유한국당 공천권을 놓고 혈전을 벌여야 한다. 상대들이 중량급으로 만만치 않다. 밀양출신 경찰공무원으로서 최고위직인 치안감까지 오른 김성근 전 울산지방청장, 밀양 토박이의 자긍심과 밑바닥부터 표심을 다진 3선 시의원이며 의장까지 역임한 허홍 의원 등의 거센 도전에 박 시장이 직면했다. 자유한국당 후보들의 총성 없는 전쟁은 벌써 시작됐다.
한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30% 가까운 득표율과 삼문동 5투표소의 승리를 두고 콘크리트 보수 지지층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내년 밀양시장 선거에서 대마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출마 예상 후보군
자천타전 거론되며 두각을 나타내는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1명, 자유한국당 3명 등 모두 4명으로 압축된다.
우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조성환(58) 전 밀양경찰서장이 출마 채비하고 있다. 그 동안 진보정당에서는 후보를 내지 못했거나 단골손님 또는 체면치레용 후보가 나섰다면, 조 전 서장은 과거 후보에 비해 확실히 중량감과 인지도면에서 급이 다르다. 조 전 서장의 출마 채비를 두고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선거의 대세를 통해 김해시 등과 함께 밀양을 낙동강 벨트의 한 축을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하고 있다. 조 전 서장은 일단 지난 대선기간에 밀양시 상임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워밍업을 마쳤다. 곧 내일동 쪽에 사무실을 열고 얼굴 알리기에 주력할 예정이다. 밀주초교·세종중·세종고·창원대·부산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밀양·창녕경찰서장 등을 역임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는 현재까지 3명이 거론된다. 박일호 현 시장과 김성근(58)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허홍 전 밀양시의회 의장 등이다.
박일호(55) 시장은 “밀양의 발전을 위해 나서야겠다”는 결심과 “밀양을 발전시키지 못하면 내 인생은 실패한 것”이라는 결기로 제6대 밀양시장에 당선돼 내년 지방선거에 재선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박 시장은 임기동안 나노국가산단 등 미래첨단경제도시 건설, 밀양 관광의 핵심인 농어촌휴양관광단지 조성, 밀양아리랑대축제 활성화 등으로 새로운 100년을 위한 밀양 건설에 혼신을 다했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시장은 백산초교·동명중·마산고·중앙대·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환경부·청와대 부이사관·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등을 역임했다.
김성근 전 청장은 밀양 출신 경찰공무원 중 최고위직인 울산·제주지방청장, 경찰청 정보·외사국장 등 치안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런 경험과 경륜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야가 넓고 조직의 깊고 얕은 데를 추스러는 능력, 치안출신의 반듯함으로 용장과 덕장의 면모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전 청장은 지난해 6월께 가족들과 낙향해 일선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범죄예방 강연과 무료급식소 봉사활동, 비닐하우스 농촌 일손돕기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하남읍 출신으로 백산초·동명중·마산고·인천대·연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허홍(54) 전 의장은 밀양시의회 5·6·7대 3선 의원으로 전반기 의장을 역임한 밀양 토박이 출신이다. 허 전 의장은 평소 “공직을 마치고 또 다시 밀양 발전 운운하며 제 밥그릇 챙기려는 사람은 자치단체의 대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오직 밀양과 주민만을 생각하는 사람, 임기 마치면 떠날 사람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희노애락을 나눌 사람이 밀양 시장의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고 강조해왔다. 허 전 의장은 밀양중·밀성고·경남대·부산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참교육학부모회 밀양지회장, 가락밀양종친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서는 아직까지 뚜렷한 후보가 나서지 않고 있다.
양철우기자 myang@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