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고드름
뚝 뚝뚝 떨어지는
그리움을 담았나
갈망하는 내게
물끄러미 안길 듯한
그대 눈빛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의 귀는 아무리 낮은 소리라도 다 알아듣는다.’ 셰익스피어의 말이다. 그렇다면 갈망하는 이의 눈에는 저 고드름 속, 날 향한 그대 눈빛까지도 읽힌다는 말인가! 밤을 지새워 매단 저 순정의 고드름이 혹 누군가를 남몰래 사랑하고 있는 당신의 눈빛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면 독자로서 과한 역설일까?
그리움이란 이별 뒤에 오는 것이 가장 강렬하고 짙은 법인데, 아직 시작도 못한 당신의 사랑법은 아닐까? 고백하지 못한 심장으로 고인 그리움 같은 것 말이다. 날이 새면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서 ‘그대 눈빛이었으면 좋겠어’라는 간절한 소망 같은 것. 그나저나 이 겨울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저와 같은 눈빛 하나씩 매달고 싶어지는 것이다. 몹시 춥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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