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 그날 따서 그날 출하해야 상품성 높아
매실, 그날 따서 그날 출하해야 상품성 높아
  • 경남일보
  • 승인 2014.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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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매실 수확 출하
주중에 소나기가 자주 지나갔다. 소나기가 내린 횟수도 잦고 시간도 길어 강수량도 많았다. 덕분에 기온은 높지 않았으나 땅이 젖어 바깥일을 할 수 없는 날이 계속됐다. 서둘러야 하는 매실수확도 주말까지 끝내지 못하고 다음 주에도 며칠 더 해야 할 정도로 일이 늦어졌다. 들쭉날쭉한 기온 탓에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수확시기를 맞춘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주초에 모내기를 마쳤다. 많은 일손이 필요치 않아 옛날처럼 날을 미리 잡아 사람을 모을 필요도 없었다. 삯만 지불하면 모내기뿐만 아니라 논을 갈고 써레질로 논을 고르는 일까지 해주었다. 볍씨를 골라 소독하고 불려 모판에 뿌려 키우는 힘든 일도 할 필요가 없었다. 모는 육묘장에서 키운 모를 사서 사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육묘장에서는 건강한 볍씨를 선별하여 전문가가 건강하게 키우기 때문에 옛날처럼 모가 잘못되어 낭패를 당하는 일은 없다.

이런 모내기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일도 부탁만 하면 모심는 사람이 알아서 처리해 준다. 주인이 해야 하는 일은 물을 잡고 물이 새지 않도록 논두렁을 바르는 논물 관리가 전부다. 논에 벼를 너도나도 모두 심을 때는 가뭄이 들면 물이 모자라 아우성을 치는 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일도 사라졌다. 벼를 심던 논을 묵히거나 밭을 만들어 다른 작목을 재배하는 면적이 늘어나 아무리 가물어도 저수지에 물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늘만 바라보던 천수답에 벼농사를 짓기 위하여 물이 나는 곳이면 논 구석에 웅덩이를 파서 가뭄에 대비하곤 했다. 논 면적이 넓은 사람은 개인 소류지를 파서 물을 가두어 벼를 한 평이라도 더 심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논농사를 지어봤자 수지가 맞지 않아 해마다 벼 재배면적은 줄어들고 있다. 일손이 모자라 모든 일을 삯을 주고 처리하다보니 농사를 지어도 남는 것이 없다고도 한다. 최근에는 외지인이 용도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논밭을 사들여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면적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름진 옥토를 놀리고 있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집 앞의 논밭이 모두 사라져도 되는 것인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매실수확은 새벽에 시작하여 오전에 마치고 선별작업을 거쳐 출하를 한다. 출하한 매실은 다음날 새벽 지정한 공판장에 상장하여 판매를 하게 된다. 가격은 경매에서 결정되는데 출하농민은 농협에서 그날 바로 알 수 있다. 다음날 출하할 때는 그날 경락된 가격을 보고 출하량을 결정하거나 출하공판장을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올해는 매실 가격이 좋지 않아 매실을 재배하고 있는 농민들이 울상이다. 금년도에는 매실이 풍작인데다 경기가 좋지 않아 소비량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집하장에 나가보면 농민들은 예년에 비하여 낮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매실뿐만 아니라 다른 농산물도 마찬 가지지만 소비자의 눈은 매섭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선별이 잘못되어 오손과라도 들어 있으면 전화번호를 보고 바로 불만을 토로한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현물을 확인시켜 준다. 공판장을 거쳐 나간 농산물은 경락과정을 거칠 때 그런 것까지 감안하여 가격이 매겨졌다고 볼 수 있어 한결 설득이 쉽다. 그러나 공판장을 거치지 않고 직거래를 통한 판매일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보상을 하거나 가격을 깎아 줄 수밖에 없다. 매실을 출하할 때 선별과 포장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이유다.

매실은 유통과정에서 열에 의하여 누렇게 변색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성출하기가 온도가 높은 여름철이라 수송과정에서 상품성을 잃기 십상이다. 매실을 출하하는 농민들은 이런 특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그날 수확하여 그날 출하한다.

지난해에는 매실수확을 6월 10일부터 시작하여 6월 하순에 마쳤는데 금년에는 지난해보다 서둘러 끝내야 할 것 같다. 벌써 익은 홍매가 나도는 것을 보면 내가 미처 모르고 있었던 사이 수확시기가 끝나가고 있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옛 어른들의 말씀에 추석이 빠르면 시절도 올된다는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

정찬효 시민기자

매실선별
초보농사꾼이 수확된 매실을 선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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