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미세먼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중국발 미세먼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13.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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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차관)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1690~1756)이 현지답사를 기초로 하여 서술한 택리지에 보면 수레로 인한 먼지가 도성으로 향하는 길가의 버드나무를 뒤덮고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에는 먼지의 주요 발생원이 지금의 자동차에 해당하는 수레나 마차였을 것이다. 그때 먼지는 흙먼지였을 터이니, 그 속에 중금속도 없고 크기도 코나 점막에 의해 걸러질 정도로 커서 인체에 미치는 유해정도도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먼지의 성분이 화학물질이고, 특히 경유차에서 나오는 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1등급 발암물질로 지정해 특별관리할 정도로 유해하다. 모든 나라들이 이러한 먼지를 줄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도 지난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개최를 계기로 시내버스를 천연가스버스로 바꾸는 정책을 추진했고, 그 결과 도시에는 유럽처럼 노천카페가 생겨나는가 하면 오픈카의 질주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하늘이 맑아졌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수년 동안 공기가 개선돼 오던 중 최근 들어 중국에서 넘어온 먼지로 인해 국민들이 우려할 정도로 문제가 되고 있다. 언론은 앞다퉈 중국발 미세먼지의 습격이라고 대서특필했다. 그간 중국의 황사에 익숙해 있던 일반국민들에게 미세먼지는 분명 생경한 단어였을 터인데, 거기에 습격이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었겠는가 싶다.

국내 미세먼지 증가에는 이웃나라로부터 넘어온 오염물질도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환경과학원이 지난 10년간 함께 연구한 결과, 우리나라 오염물질의 30~50%가 중국발이라는 잠정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렇게 중국의 영향이 큰 것은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중국의 산업화에 의한 대기오염이 그 주요한 원인이다. 중국의 지난 3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무려 9.8%인데, 문제는 중국이 에너지 다소비 구조인데다 석탄의 비중이 70%로 압도적으로 높다는데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먼지의 크기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먼지의 크기는 대부분 머리카락 굵기의 약 1/30 정도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작다. 그래서 이를 일반먼지와 구분해서 미세먼지라 부른다. 너무 작다보니 호흡할 때 폐포까지 들어가 호흡기나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세먼지는 대부분 인위적으로 생성된다. 자동차가 달릴 때나 공장에서 연료를 태울 때 나오기도 하고, 아황산가스 같은 기체가 공기 중에서 물리·화학작용을 거쳐 입자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미세먼지는 생성과정이 복잡하고 변화가 다양해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기가 매우 어렵다. 중국은 자국이 오염 유발국이라는 무언의 의식이 있어 오염정보 공개에 극히 소극적이다. 최근 중국도 ‘대기오염방지 행동계획’을 발표하는 등 스모그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이를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가시화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우리나라가 경쟁력 있는 우수한 환경기술을 중국에 소개해 비용 효율적인 오염저감 장치들을 널리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기술도 수출하고, 중국 대기오염도 저감하는 일석이조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자동차 매연을 줄이는 등의 노력 또한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미세먼지 예보나 경보를 통해 국민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처음 도입한 ‘국가 대기질 예보제’도 대기질 정보를 널리 알려 국민들이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자는데 의의가 있다. 대기상황이 악화될 경우, 미세먼지 제거효율이 높은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서는 실내체육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노약자나 호흡기 질환자들은 외출 전에 동네별 실시간 대기질 정보(www.airkorea.or.kr)를 확인하는 생활 속의 실천이 필요하다.

우리가 지금 마주하는 미세먼지는, 풍족한 삶 못지않게 건강한 삶이 중요해진 이 시대에 주어진 새로운 과제이다. 필작어세(必作於細)라 했던가.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작은 먼지를 잡는 것이 저 푸른 하늘을 후대에 물려주는 새로운 과업의 시작이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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