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易地思之)
역지사지(易地思之)
  • 이은수
  • 승인 2013.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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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수 기자
밀양 송전탑에 이어 창원 도심지에서도 송전탑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한전은 송전탑 지중화 방안을 놓고 잇단 간담회를 가졌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서둘러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한전에 대해 주민들은 납득할 수 있는 대안마련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산 송전탑 공사는 2014년 4월까지 마산합포구 예곡, 월영동, 가포동 일원에 송전선로 1.6㎞와 154kV 송전탑 5기를 건설하는 것이 골자다.

한전측이 지중화 방안을 제시했지만 전자파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송전탑이 있는 율곡마을 뒷산 정상을 지중화 기점으로 하면 된다는 입장인 반면, 한전에서는 비용문제를 들어 부정적이다. 이런 가운데, 한전이 낸 개발제한구역 내 공작물 설치 행위허가 신청 등에 대해 허가권을 가진 마산합포구청은 오는 27일까지 가부(可否)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조광일 구청장은 “한전이 주민과 협의해 상당한 합의가 없으면 송전탑 관련 허가를 내주지 않을 방침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한전은 민원을 이유로 합법적인 절차가 방해를 받아서는 안되고,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밀양처럼 마산도 송전탑 건설을 둘러싸고 갈등의 골이 깊어질 우려를 낳고 있다. 밀양의 경우를 보면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심지어 국무총리까지 내려와서 묘수찾기에 나섰다. 8년간 평행선을 달리며 끌어오던 밀양 송전탑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속을 들여다 보면 명분 싸움 같다. 밀려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한전은 송전탑 공사가 국책사업이기에 무조건 반대할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로 설득하고 있다. 송전탑이 들어서는 지역에서는 암 발생과 소음피해 등의 건강권 문제, 지가 하락 등의 재산권 피해 등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공사를 강행하는 와중에 인권 침해 논란도 일었다.

궁극적으로 고압선이 흐르는 송전선로와 주거지역의 공존은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주민들의 생활공동체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송전탑으로 인한 피해도 최소화하고, 국익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국가도, 주민들의 삶도 살리는 방법이라고 본다. 국익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조상대대로 살아가는 조용한 마을에 철탑이 들어서면 누가 좋아할리는 만무하다. 이러한 정서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그러면서도 국익도 배제할 수는 없다. 서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해결책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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