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인 친가족 찾기 캠페인] 장미리씨
[해외입양인 친가족 찾기 캠페인] 장미리씨
  • 곽동민
  • 승인 2013.05.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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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뿌리 찾고 싶어 70개국 여행했어요”
9~10세
생후 8개월 만에 노르웨이로 입양된 장미리(40)씨. 사진은 장씨의 10살때 모습.
 
 
“나는 이곳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느껴졌어요. 19살이 되면서부터 7개국에서 공부를 했어요. 여행 삼아 간 곳까지 하면 70개국이 넘어요. 저는 뿌리를 잃어버렸다고 느끼기에 그 어디도 내 집이 아닌 것 같이, 또 그 어느 곳도 내 집인 것 같이 느껴져요.”

태어난지 8개월이 갓 지났을 무렵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노르웨이로 입양된 장미리(40·여·네덜란드 이름 브릿 미리 아브라함슨)씨.

장미리씨는 1973년 8월 9일 부산에서 발견돼 지역의 고아원(입양기관의 아동보호소일 수도 있음)에 맡겨졌다. 명확하지 않지만 그가 처음 인계된 고아원의 기록에 따르면 장씨는 1973년 8월7일 부산에서 태어난 것으로 보인다. 기록에 따르면 그의 친어머니는 미혼모였다.

장씨는 “제 친어머니가 미혼모였기 때문에 친아버지를 찾는 것은 큰 희망을 걸고 있지 않습니다. 그를 찾는다는 건 분명히 기적 중의 기적일 거에요”라며 “한국에서 완전히 새로운 가족을 찾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감히 친어머니의 현재의 삶을 방해하는 걸 꿈꾸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적어도 한 번은 만나고 싶어요. 제 친어머니를 만나는 건 적어도 제가 어디로 가야 할 지 알려주는 지도를 찾는 것과 같을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6년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일본에서 배를 타고 부산으로 입국했다고.

그는 “멋진 경관의 바다와 도시가 한국에 대한 저의 첫인상이었어요. 현대의 한국은 초현대적인 것들과 엄격한 전통적 사고방식이 함께 녹아 있는 활기가 넘치는 곳이라고 생각됩니다”라며 “부산에 있는 동안 골굴사에서 잠시 머물렀는데 ‘아름다운 자연, 정신과 마음의 수양을 위한 곳들이 많이 있구나’란 생각을 했었죠. 멋진 자연 속 장소들도 많고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오슬로 공항에서 픽업당시, 엄마와, 1974
1974년 생후 8개월 만에 노르웨이로 입양된 장미리씨. 사진은 노르웨이 오슬로 공항에서 픽업 당시 양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


한편으로 그는 겉치레를 중요시하는 한국인의 모습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장씨는 “특히 도시에서는 잘 생기고 세련된 외모, 옷이나 외적인 것에 대한 중요성, 화장 등을 매우 강조하는 것 등 외면을 중요시하는 모습을 봤는데 꽤 이질적인 느낌이었어요”라며 “시골지역은 본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천천히 사는 삶에 중점을 두고 느긋하게 살아가는 곳들이 있는 반면 한국 도시에서의 생활은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노르웨이의 한 섬 시골마을에서 자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향을 떠나 여행을 시작했다는 그는 자신의 노르웨이 고향이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으로 기억했다.

장씨는 “숲과 바다 그리고 나즈막한 언덕과 산들이 있는 아주 그림같은 곳이었어요. 사람도 별로 없어 저는 말, 소, 돼지, 닭 등 많은 동물들에 둘러싸여 자랐죠”라고 회상했다.

10대에 접어들 무렵 장씨가 살던 곳에서 인종차별주의 운동이 시작됐다. 그는 당시를 지역사회 전체에 걸쳐 인종차별주의적 태도가 만연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저는 매일 비노르웨이 사람에 대한 공세들을 이겨내야 했어요. 웃어 넘길 수 있는 가벼운 것들부터 매우 차별적이고 상처를 주는 심한 말들까지 온갖 종류의 인종주의적 발언들도 견뎌내야 했지요”라며 “그때 전 최고로 노르웨이어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고, 실제로 후에 저는 작가이자 기자가 돼 목표를 달성했어요”라고 말했다.
18세
노르웨이 입양인 장미리씨는 19살 때부터 전 세계를 돌며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한다. 사진은 18세의 장씨의 모습.

그러나 그는 노르웨이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도 보였다.

장씨는 “노르웨이는 전체적으로는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이에요. 누군가가 자신의 적성을 키워가고, 직업을 갖고, 친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진정으로 민주적인 곳”이라며 “노르웨이는 이런 것들에 대한 부담감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덜한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전 세계를 여행하기 시작했다. 성인이 되고 난 이후부터는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인종차별이나 어떤 문제에 직면한 적은 없었지만 노르웨이에 있으면서 언제나 소외됐다는 느낌을 받아야 했다.

그는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내적 갈등이 컸어요. 19살 이후로 7개국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지금으로써는 사실 제 자신을 아시아인이라고 해야할 지, 유럽인이라고 해야할 지, 아니면 그냥 국적에 구애받지 않는 인간이라고 해야할 지도 잘 모르겠어요”라며 “노르웨이에서는 그에 맞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지만 외적으로는 맞지 않고, 아시아에서는 사고방식은 맞지 않지만 그에 맞는 외모를 갖고 있는 거죠”라고 털어놨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어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뚜렷한 뭔가를 알지만 자신은 스스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고 했다.

장씨는 상당히 활동적인 성격인데다 어릴 때부터 여러 곳에서 삶을 영위하다 보니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프라하와 벨라루스 언어를 공부하고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다마스쿠스 고전 아랍어, 시리아어를 공부했다. 러시아의 위트레흐트 대학에서는 현대문학예술 관련 학위를 받았다.

지난 1998년부터 최근까지는 문화·사회부문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 러시아 시베리아 여행을 통해 쓴 소설 등 다섯 권의 책을 집필한 작가이며 전시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는 중국 베이징에서 전액 장학생으로 중국 무술(우슈)을 배우고 있다. 오는 7월에는 노르웨이에 돌아가 그곳에 기반을 두고 활동할 예정이라고.

장씨는 “어린 시절부터 전 그저 제 가족과 함께 평화롭게 사는 것이 꿈이었어요. 지금은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며 “한가지 소망이 있다면 제 뿌리를 찾고 친부모님, 어쩌면 형제까지도 만나는 것이에요. 그럴 수 있다면 적어도 저 스스로 ‘완전한 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2012 우슈 쇼, 중국
어린 시절부터 활동적이었던 장미리씨는 지난 2008년 중국으로 건너가 우슈를 배우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베이징에서 가진 우슈대회에 참가한 장미리(사진 가운데)씨의 모습.


▲Global Overseas Adoptees‘ Link The adoptee organization in Korea run by adoptees since 1998
취재에 도움 주신 분=해외입양인연대(GOA‘L) 백주연 씨. 장미리 씨에 대해 알고 계신 분은 아래로 연락 바랍니다.
(사)해외입양인연대(G.O.A.’L.)
G.O.A.‘L. 홈페이지 : www.goal.or.kr
전화번호 02-325-6585, 6522(담당자 백주연)







입양당시 사진
장미리씨가 입양될 당시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촬영한 사진.
입양서류 상 사진
장미리씨의 홀트아동복지회 입양서류 사진.
집에서 토끼들과
노르웨이의 한 섬마을에서 천혜의 자연과 동물들과 함께 유년시절을 보냈다는 장미리씨. 집 앞 마당에서 키우던 토끼들과 함께한 모습.
집에서
노르웨이의 집 앞에서 촬영한 장미리씨의 유년시절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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