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색된 전통의 의미
퇴색된 전통의 의미
  • 곽동민
  • 승인 2013.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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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민 기자
“전통이요? 즐겁게 웃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좋은 문화를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미래 우리 아이들의 멘토가 될 선생님을 양성하는 진주교육대학교가 ‘강의실 내 음주’ ‘술 강요’ ‘군기잡기’로 구설수에 올랐다.

기자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울 ‘군기’를 가진 언론 관련 학과를 나온 탓에 앞서 말한 3가지를 모두 겪어 봤다. 대한민국 대학이라면 으레 교내에서 술 한잔 쯤 마시기도 하고, 학과 내 선후배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어느정도 억지 술을 마시게 하기도 한다.

졸업생들 중에는 왜 자신의 학교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이들도 있었다.

“나 역시 학교를 다니면서 마시기 싫은 술을 마셔야 할 때도 있었고 선배들에게 꾸지람을 듣기도 했지만 어느 대학, 어느 사회생활에서도 있을 수 있는 당연한 수준이었다. 성인이 되어서 그정도를 문제삼을 정도라면 단체생활을 해야 하는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용인이 가능한 수준을 벗어나게 되면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최근에 문제가 불거진 진주교대의 한 학과는 학우끼리, 선후배끼리 단합을 다지고 우정을 나누는 수준이 아니라 동참하지 않으면 배척하고, 무시하고, 언어폭력을 휘둘렀으며,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 비판하는 자를 철저히 고립시키는 전형적인 다수의 힘을 이용한 폭력을 행사하는 행태를 보였다.

실제로 이번에 문제가 된 모 학과에서는 체육대회에 참석하지 않는 학생에게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해당 학과 학생회에서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체육대회에 참석하지 않는 학생에게는 부전공 시간 출석점수 차감, 교수 추천 장학금 후보 제외, 불참비 등의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과연 이토록 극한 상황까지 구성원들을 내몰아 가는 것을 우리 학교, 우리 학과의 전통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통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과거로부터 이어 내려오는 바람직한 사상이나 관습, 행동 따위가 계통을 이루어 현재까지 전해진 것’ 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과거로부터 ‘이어 내려오는’ 것이 중요한 것인가, 아니면 ‘바람직한’ 것이 중요한 것일까? 선택은 그 전통을 계승하는 구성원들의 몫이 겠지만 적어도 전통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의식 없는 무조건 적인 ‘따라하기’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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