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2기 허니문' 90일도 못 누려
오바마 `2기 허니문' 90일도 못 누려
  • 연합뉴스
  • 승인 2013.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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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이민에 부채·지출·예산안 등 난제 산적
지난 20일 취임 선서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향후 4년은 순탄할 것인가, 아니면 험할 것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지만 미국의 국내·외 현안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적어도 한 번은 짚고 갈 필요가 있다.

미 주요 언론 매체나 전문가는 대체로 오바마 대통령이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가부채 한도 증액이나 2014회계연도 연방 정부 예산안, 정부지출 자동삭감, 이민법, 총기 규제 등 현안도 수두룩하지만 집권 1기 때 마무리 짓지 못한 사안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대선 당시 핵심 공약 12가지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철군, 건강보험개혁(오바마 케어), 행정부 투명성ㆍ개방성ㆍ연경화(年輕化·연소화) 제고, 국가위상 높이기, 금융 개혁ㆍ감독 강화, 기후변화 대책은 ‘부분 또는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 쿠바 관타나모 교도소(테러범 수용) 폐지, 대립과 갈등의 정치 타파는 실패했다. 굳이 성공했다고 할 만한 것은 이라크 종전과 대법관 지명 정도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영토 분쟁, 아랍 민주화 등 중동 사태 해결과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 소탕 등 ‘계속 사업’이 ‘완료 사업’보다 더 많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의 데이비드 로스코프 출판인은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지난 4년은 실망과 좌절로 점철됐다며 그는 최고 행정 수반으로서 전임 대통령(조지 W 부시)의 형편 없는 정부 관리와 비교해도 C 학점밖에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인지 오바마의 2기 첫해 1월 지지율도 역대 다른 연임 대통령보다 낮았고 4년 뒤엔 지금보다도 훨씬 내려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NYT와 독점 제휴한 정치ㆍ선거 분석 블로그 ‘파이브서티에이트(538)’가 1949년 이후 연임 대통령 8명의 2기 첫해 1월 주요 여론조사 지지율을 평균 내 분석한 결과 트루먼(69%)ㆍ아이젠하워(74%)ㆍ존슨(70%)은 70% 전후, 닉슨(59%)ㆍ레이건(63%)ㆍ클린턴(60%)은 60% 전후, 조지 W 부시(51%)와 오바마(52%)는 50%대로 다른 대통령들보다 크게 떨어졌다.

이는 최근으로 올수록 연임 대통령의 2기 초반 허니문(honeymoonㆍ정치적 밀월 기간)이 짧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2기 4년 전체 평균 지지율은 클린턴(60.6%)을 뺀 6명이 모두 2기 첫해 1월보다 낮았다. 트루먼 36.5%, 아이젠하워 60.5%, 존슨 50.3%, 닉슨(34.4%.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으로 하야), 레이건 55.3%, 부시 36.5%였다.

오바마와 부시의 2기 초반 지지율 50%는 실제 대선 득표율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과거에는 반대한 국민도 허니문 차원에서 연임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냈지만 지금은 보혁 이념과 권력 분점(백악관과 상원은 민주당, 하원은 공화당이 장악)에 의한 정쟁의 골이 워낙 깊어 연임해도 초기에 반대편의 지지를 거의 받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오바마의 현재 50%대 지지율이 4년 뒤 클린턴처럼 호전될 수도 있지만 트루먼이나 닉슨, 부시처럼 30%대 중반 이하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538 사이트를 운영하는 선거분석가 네이트 실버는 경고했다. 실버는 2008년과 2012년 대선 때 오바마의 압승을 거의 완벽하게 맞췄다.

미국이 대(對)테러 전쟁이나 이란ㆍ북한 핵 등 국가 외교ㆍ안보 문제에는 여야가 거국적으로 대처한다는 점에서 오바마의 지지율을 깎아내릴 정쟁은 국내 문제에서 더욱 격화할 게 분명하다.

통상 2기 행정부는 11월 초 대선 후 최장 8개월까지 밀월 기간을 즐겼으나 오바마 행정부는 90일도 누리지 못하게 됐다.

당장 다음 달 중순으로 다가온 법정 부채 한도(16조4천억 달러) 초과에 의한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막으려면 한도를 올려야 한다.

하원을 장악한 야당 공화당이 최근 3개월짜리 증액안(월 1천억 달러씩 3천억 달러 추정)을 내놓고 이번 주 안에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여기에는 ‘무시무시한 수’가 숨어 있다.

의회 합의가 없으면 정부지출이 오는 3월 1일부터 연간 1천100억 달러씩 자동(강제)삭감된다. 국방과 일반 부문에서 550억 달러씩 지출이 줄면 군수 장비 구매와 수리, 공무원 급여, 연방 서비스 등이 차질을 빚는다.

또 2013회계연도 연방 임시(6개월분) 예산안 적용시한이 3월 27일로 끝나므로 그전에 예산안 처리가 안 되면 수십만 공무원의 강제 무급휴가와 국세청 세금환급 중단 등 정부(서비스)의 부분적인 폐쇄가 불가피하다.

공화당이 부채 한도 단기 증액안을 내놓은 것은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디폴트를 인질로 잡고 흥정을 벌였다는 비판 여론에서 벗어나면서 헌법이 보장한 의회의 예산 심의권을 최대한 활용해 2011년 8월 부채 한도 증액 조건으로 합의한 자동삭감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공화당이 민주당 상원에 오는 4월 15일(법정 시한)까지 정식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압박하고 예산안이 그때까지 처리 안 되면 세비를 받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친 것도 따지고 보면 예산안을 갖고 오바마ㆍ민주당과 정면 승부하겠다는 뜻이다.

지난달 1차 재정절벽 타개 협상에서 중산층 이하를 포함한 모든 소득계층 세금 인상의 절박함은 오바마에게 힘을 줬지만 예산통제법에 의한 정부지출 자동삭감은 공화당에 똑같은 힘을 줄 것이라는 것이다.

존 플레밍 하원의원(공화)은 시사주간지 내셔널저널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부 폐쇄에 관심이 없다. 폐쇄해서도 안 된다”면서 “자동삭감이 발효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대통령과 대등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공화당 의원은 공화당이 부채 한도를 양보한 이상 민주당이 협상에 응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정부폐쇄의 비난을 혼자 뒤집어써야 할 것이라고 여론전에서도 우위에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민주당 상원은 재정적자 감소를 위한 신규 세수입 확대 차원에서 부유층, 석유ㆍ가스 업체, 해외 영업을 하는 회사 등에 대한 증세를 추진하기 위해 4년 만에 처음으로 예산안 블루프린트(청사진)를 작성할 계획이어서 지난 1일 부자 소득세율 인상 외에 추가 증세에 절대 반대하는 공화당과 ‘세금 싸움’이 재연될 것으로 WP와 NYT는 전했다.

로스코프 FP 출판인은 금융위기 등 전임 행정부로부터 물려받은 것도 있고 리비아 벵가지 주재 영사관 피습사건 등 예기치 못한 해외 사건도 있으며 비타협적인 의회(공화당)의 역기능 등이 원인일 수도 있으나 오바마 대통령과 그 팀은 행정부가 직면한 최대 문제의 상당수가 맨 위에 있는 사람(대통령)에게서 직접 나온다는 것을 알면 2기 행정부를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로스코프는 특히 자신의 일을 협업으로 여기지 않고 광범위한 행정조직에 권한과 동기를 부여하지 않거나 의회와 협력하지 않고 다양한 조언을 듣지 않으며 창의성을 촉진하지 않으면 어떤 대통령도 성공할 수 없다며 경기 회복과 안보 강화로 이끈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날마다 정부 관리에 통달(master)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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