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촌옹(村翁)의 애국심
어느 촌옹(村翁)의 애국심
  • 경남일보
  • 승인 2012.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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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학수 (수필가, 산청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누가 뭐래도 포화 속으로 뛰어든 내 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어느 군인의 어머니가 눈물을 삼키면서 쏟아낸 말입니다. 2010년 11월23일, 그날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을 알고나 계십니까.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자진해서 입대한 해병대 고(故) 서정우 하사! 그날 휴가를 받아 선착장까지 도착했지만 전투가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고는 부모형제 고향도 잊은 채 다시 복귀하다가 그만 적군의 포격을 당해 장렬하게 산화하였습니다.

약관의 꽃다운 청춘 해병, 방탄모가 불타는 데도 대응사격을 하고 멸사봉공으로 국토를 사수하다가 흉탄에 맞아 숨져간 고(故) 문광욱 일병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군대에 가기 싫어 의사와 공모하여 거짓병을 만든 고관재벌의 더러운 아들, 전쟁이 나면 외국으로 도망가려고 국적을 위조하여 원정출산을 하는가 하면 병역특혜를 받으려고 메달에 눈이 먼 국가대표가 있다니 참말로 분통이 터지고 저주스럽습니다.

어느덧 50여 년,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휴전선 철조망을 목전에 둔 채 대성산 고지에서 적설한풍 양볼로 막아내며 내 조국 내 국토를 지킨 그해 겨울이 어제같이 생생합니다. 가난하고 백 없는 서민의 자식들, 정직하고 성실하여 국법을 준수하는 선량한 아들만 이 나라를 지켜야 합니까.

6·25전쟁에 참여하여 결사항전을 했던 우리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이제는 팔순이 넘어 허리가 굽고 다리가 비틀어진 참전용사가 아니었더라면 오늘의 대한민국이 어찌 지탱하고 존재할 것이며, 산업화 경제대국을 자칭하는 우리 젊은이들이 어떻게 잘 먹고, 잘 입고, 편히 잠잘 수 있단 말입니까.

아니, 전쟁으로 페허된 이 땅에 고속도로를 닦아 빌딩을 세우고, 전깃불을 밝혀 마을길을 넓힌 왕년의 건설역군과 근대화 단골스타들을 과거세력 구시대 인물로 매도하고 몰아붙이는 그런 불효 망나니들이 진실로 우리 국민이란 말입니까. 곰곰 생각하면 서럽고 분합니다. 김일성 동상 앞에서 대대충성을 맹세하더니만 김정일 조문을 강행하고, 제주의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면서 천안함 폭침을 재조사하자는 그런 정파들이 아직도 이 땅에 살고 있습니까.

요즘 선거판이라서 그런지 나라 꼴이 말이 아닙니다. 이러다간 또 5년을 어떻게 넘기고 참느냐는 걱정이 앞서다가도 잘사는 나라, 대화합의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기는 틀렸구나 하는 한심한 마음도 듭니다.

솔직히 말해서 국민을 희롱하고 장난치는 떼거리들, 입만 벌리면 거짓말로 변명하는 사람은 대통령감이 아닙니다. 5000만 국민의 평화와 안녕을 지켜줄 우리의 지도자, 흐트러진 질서와 원칙을 바로 세울 정직한 지도자, 신뢰와 약속으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행복과 꿈을 안겨줄 그런 대통령이 탄생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오직 애국심에 불타는 어느 촌옹의 하소연일 뿐입니다.

/수필가·산청문화원향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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