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학수 (수필가, 산청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약관의 꽃다운 청춘 해병, 방탄모가 불타는 데도 대응사격을 하고 멸사봉공으로 국토를 사수하다가 흉탄에 맞아 숨져간 고(故) 문광욱 일병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군대에 가기 싫어 의사와 공모하여 거짓병을 만든 고관재벌의 더러운 아들, 전쟁이 나면 외국으로 도망가려고 국적을 위조하여 원정출산을 하는가 하면 병역특혜를 받으려고 메달에 눈이 먼 국가대표가 있다니 참말로 분통이 터지고 저주스럽습니다.
어느덧 50여 년,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휴전선 철조망을 목전에 둔 채 대성산 고지에서 적설한풍 양볼로 막아내며 내 조국 내 국토를 지킨 그해 겨울이 어제같이 생생합니다. 가난하고 백 없는 서민의 자식들, 정직하고 성실하여 국법을 준수하는 선량한 아들만 이 나라를 지켜야 합니까.
6·25전쟁에 참여하여 결사항전을 했던 우리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이제는 팔순이 넘어 허리가 굽고 다리가 비틀어진 참전용사가 아니었더라면 오늘의 대한민국이 어찌 지탱하고 존재할 것이며, 산업화 경제대국을 자칭하는 우리 젊은이들이 어떻게 잘 먹고, 잘 입고, 편히 잠잘 수 있단 말입니까.
요즘 선거판이라서 그런지 나라 꼴이 말이 아닙니다. 이러다간 또 5년을 어떻게 넘기고 참느냐는 걱정이 앞서다가도 잘사는 나라, 대화합의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기는 틀렸구나 하는 한심한 마음도 듭니다.
솔직히 말해서 국민을 희롱하고 장난치는 떼거리들, 입만 벌리면 거짓말로 변명하는 사람은 대통령감이 아닙니다. 5000만 국민의 평화와 안녕을 지켜줄 우리의 지도자, 흐트러진 질서와 원칙을 바로 세울 정직한 지도자, 신뢰와 약속으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행복과 꿈을 안겨줄 그런 대통령이 탄생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오직 애국심에 불타는 어느 촌옹의 하소연일 뿐입니다.
/수필가·산청문화원향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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