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중세 유럽의 군주들이 국가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찰력을 동원해 통치한 것을 경찰국가라 일컫는다. 그 같은 통치수단은 근세에도 지속돼 독일은 케슈타프를 통해 공산주의와 유태인을 통제해 나치 독일정권을 뒷받침했다. 구 소련도 게카페라는 국가보안위원회와 게페우라는 비밀경찰로 통치권력을 강화해 왔다.▶우리나라도 민주화 이전에는 다를 바 없었다. 방범과 반공이 국가 최고의 트랜드임을 내세워 불심검문이 일상적이었다. 머리가 길어도 검문대상이었고 인상이 험악해도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서에 끌려 가기 일쑤였다. 여관마다 ‘임검’이라는 명목으로 투숙객들을 검문했고 시위 가담자는 요시찰 대상인물로 관리됐다. 전형적인 경찰국가였던 것이다.
▶불심검문은 경찰의 가장 대표적인 경찰력의 행동이었다. 도시의 나들목에는 으레 검문소가 있어 누구나 검문의 대상이 되었고 실제로 범죄자나 간첩을 검거하는 성과도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치안이 완벽한 나라가 됐지만 인권이 침해받는다는 저항도 만만찮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0년 인천에서 발생한 경찰의 인권침해를 들어 제재를 가한 것을 계기로 불심검문은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묻지마 폭력과 성범죄를 계기로 불심검문이 다시 부활됐다. 인권단체에서는 국민의 인권침해가 우려된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곽 속에 들어간 것을 다시 꺼내는 처사라고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보호받을 가치가 없는 인권으로 인해 선량한 시민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옹호론도 만만찮다. 문제는 운영의 묘이다. 통치수단이 아닌 경찰력 강화는 늘어나는 강력범을 줄이는 방편임에는 이론이 없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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