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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2.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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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기 (맥학원 원장)
지금은 제목이 ‘토끼전’이고 주인공이 토끼이지만, 이전에는 ‘별주부전’이고 주인공이 별주부다. 이 고전소설이 주는 교훈도 조선시대에는 용왕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는 우직한 별주부의 충성심이었고, 부귀영화를 꿈꾸다 거짓말로 살아나는 토끼는 오히려 사악한 이로 묘사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호랑이굴에 잡혀가도 정신을 차리면 된다는 토끼의 지혜가 교훈이 된다. 시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고 교훈도 다르게 나타난다. 고정관념을 탈피한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패러디도 재미있다.

이솝우화에 ‘신포도’는 높이 달려 있는 포도를 먹을 수 없게 된 여우가 가면서 “저포도는 분명히 신포도일꺼야”라고 말한다. 달리 보면 여우는 최고로 맛있을 줄 알고 계속 펄펄 뛰다가 힘이 빠져 사람에게 잡혀 죽었다. 이것은 한번 해봐서 안 되면 그만두고 다른 것에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

모두가 아는 ‘양치기 소년’은 심심한 양치기 소년이 장난으로 “늑대야”를 외치다가 진짜 늑대가 나타나서 마을이 망했다고 되어 있지만 달리 보면 양치기 소년 덕분에 마을 사람들이 연습이 잘되어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잘 대처했다.

‘까마귀와 여우’에서는 맛있는 고기를 물고 있는 까마귀에게 여우가 노래를 들려 달라고 하여 먹이를 떨어뜨리게 한다. 여우의 칭찬을 들은 까마귀는 계속 연습하여 드디어 가수가 된다.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에서 개미와 베짱이 중 누가 더 지혜로울까. 쉬지 않고 죽어라고 일만 하는 개미가 더 지혜로울까. 아니다. 필요할 때만 일하고 여가와 문화생활을 하는 베짱이가 더 좋지 않을까.

판고리계 소설의 대표인 흥부전의 흥부를 과연 본받아야만 할까. 오늘날 흥부 같은 사람이 잘살 수 있을까. 형제간의 우애,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 등 변하지 않는 가치는 있겠지만 오늘날 흥부가 있다면 로또복권에 당첨되지 않는 한 그저 무능하기 짝이 없는 사람일 뿐이다.

고전이나 우화소설도 시대에 따라 달리 읽혀지고 사람마다 다양하게 해석된다. 어느 고정된 교훈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다. 고정된 생각을 벗어난 사람들이 시대를 이끌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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