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대첩역사공원 설계 승효상 “건축물 아닌 풍경, 역사적 장소”
진주대첩역사공원 설계 승효상 “건축물 아닌 풍경, 역사적 장소”
  • 최창민
  • 승인 2024.09.22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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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국립대서 '건축과 기억' 특강…논란 시설에 대해 의견 피력
건축일 50년에 ‘흉물’ 처음 들어…“내가 감당해야할 무게라 생각”
진주대첩역사공원 설계자 승효상 건축가가 진주를 방문해 논란이 되고 있는 지원시설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승 건축가는 20일 오후 3시 경상국립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건축과 기억’이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진주대첩역사공원을 설계하고 건축했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강연에는 시민, 경상국립대 건축학부생들을 비롯한 조규일 시장, 일부 시의원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그는 “설계 시 땅의 ‘지문’을 읽은 뒤 ‘풍경으로서의 건축’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에서의 소식을 들었는데 지금까지 50년동안 건축을 해왔지만 개인사적으로 ‘흉물’이라는 소리를 처음 들었다. 그러나 명예스러운 훈장이고, 내가 감당해야할 무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세월이 지나면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이 시설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더욱 더 중요한 장소로 변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건축에 대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나는 땅을 파고 지형을 훼손해야하는 건축이 반환경적이라고 생각해 항상 자연에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따라서 최대한 건축이라는 형태를 갖추지 않고 ‘조경’이나 ‘풍경’처럼 만들려고 노력해 왔다. 하물며 ‘진주대첩의 역사적 진실’이 있는 곳에 건축행위를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도 하지 않았다”며 “건축물이 아닌 ‘풍경’으로 ‘역사적 장소’로 봐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땅 속에 묻혀 있는 진주대첩 민관군 의병 등 나라를 지킨 역사적 진실을 땅 위에 살짝 드러내는 콘셉트, 즉 ‘일어나는 땅’ 개념으로 높이를 설정하고 각도를 조정해 이른바 풍경이 되게 설계했다”면서 “나아가 이것이 전체공원을 관찰하고 휴식을 취할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쳐(경제활동기반을 형성하는 시설·제도)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논란 중 하나인 관람석(계단)이 ‘왜군이 진주성을 넘는 형상’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수 없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강연 말미에는 나치의 만행을 기록한 탑이 세월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땅 속에 묻히도록 설계한 한 독일 조각가의 사례를 들며 “모든 인공 구조물은 언젠가는 무너지고 허물어진다. 결코 인공구조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거기에 살면서 논쟁하고 사랑했던, 기억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그것이 우리를 존재케 한다”고 역설했다.

 최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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