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58] 기억상실증(박해경 시인)
[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158] 기억상실증(박해경 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24.04.2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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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해야 할지
기억나지 않아
넋 놓고 있습니다


혹시
봄이 왔습니까?

-박해경 시인, ‘기억상실증’


우리의 생각은 어떤 급박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활달해진다. 가령 급박이라는 상황은 이런 것이다. 낯선 소읍에서 귀가 버스를 탔는데 손님이 덜렁 나 혼자일 때다. 구불구불 산 중턱을 오르내리고 인가의 불빛이 보이지 않는 길을 달릴 때, 그때 우리는 경우의 수란 수는 다 끌어다 위험 상황을 상상하는 것이다. 또는 원고 마감이 촉박해졌을 때도 생각의 꼬리는 퍼득퍼득 활개가 된다. 구체적인 주제는 잡히지 않으면서 수많은 소재가 연못을 노니는 물고기처럼 어른거리는 것이다.

시인은 생각이 레게 머리카락 같이 꼬인 상황을 용케도 포착했다. 엉킨 노끈 뭉텅이 같기도 하고 뒤죽박죽 뒤섞인 랜선 같기도 한 저 생각이라는 상황을 시인의 눈으로 가시화하다니. 위에서 언급한 급박한 상황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넋 놓고 있’는 저 상황을 가시화하다니. “혹시/ 봄이 왔습니까?”라는 물음에 답을 듣고 난 후, 시 속의 화자는 얼마나 다급해질까. 지금은 봄 하고도 5월이 가까워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때 우리라면 어떤 생각이 난무하게 될까. 시인·디카시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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