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95)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95)
  • 경남일보
  • 승인 2024.10.31 1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48) 노벨문학상의 기적은 한강, 한강은 다시 흐른다(2)
필자는 10여년 전 북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러시아의 생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코바를 포함한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과 덴막을 거치는 코스였다. 베르겐과 오슬로, 스톡홀름에 이르는 노벨상 벨트를 유념하는 여행이라 다시 기억하는 것이 의미 있다 싶어졌다.

노르웨이는 입센의 「페르귄트」와 연관한 몇 군데 지역의 전설과 그 부속음악의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의 고향 중세 베르겐에서부터 솔베이지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듯했다. 수도 오슬로에 이르면 국립미술관에는 뭉크의 그림 「절규」가 여행자의 눈길을 잡아맨다. 필자는 그림에 잡혀 있을 사람이 못된다. 일행들 내버려두고 혼자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묵는 그랜드호텔 주변을 서성이다가 호텔 1층 모서리에 있는 그랜드 카페에 들어간다. 아,거기서 놀랍게도 100여년 전 단골손님 「인형의 집」 작가인 입센을 가상으로 만난다. 필자가 앉고 싶은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데, 아, 거긴 앉지 마세요 하고 주인이 제지하는 것 아닌가. 1시부터 2시까지는 살아있을 때 입센이 단골로 와 거피를 마셨으므로 매일 매일 그 시간대는 비워 둔다는 것이다. 30분 가다렸다가 입센이 엉뎅이를 앉혔던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마치 필자에게는 진주의 칠암동 연구실 앞에 있는 「더 착한 키피숍」이 이 그랜드카페인 셈이다. 단골이라는 점에서만. 지금은 이 커피숍 이름이 벌써 다른 이름으로 바뀌었다.

앉아서 입센의 문학적 영향력에 대해 생각했고 그에게 노벨상이 피해갔다는 점에 주목했다. 노르웨이의 노벨문학상은 입센과 같은 극작가이며 국가 가사를 작사한 비애른손이 받았다. 밖으로 나와 일행들과 합류하여 해마다 한 번씩 노벨평화상(노벨의 유언에 의해 노벨상 중에 평화상만 노르웨이에서 관장함) 시상식이 있을 때 그랜드호텔에서부터 시작하여 오슬로시청까지 길다란 행렬을 이루는 것이 축제였다는 것인데 일행은 그 길을 걸어본 것이다. 도중에 시청을 보고 오른 편에 오슬로 국립극장이 있었고 그 광장에 두 사람 동상이 위풍당당 서 있었다. 왼 켠에 입센, 오른 켠에 비애른손이었다. 시청에 닿아 평화상홀에 들어서는데 김대중(전 대통령) 수상자 사진액자가 눈에 크로즈업되었다. 우리나라가 그 세계적 축제에 붙박이로 몫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행은 스웨덴으로 옮겨 수도 스톡홀름에 있는 노벨재단본부로 갔다. 건물은 아담했고 문에는 노벨의 얼굴이 새겨진 메달형 흉상이 “여기야”하고 안내하고 있었다. 일행 중 진주에서 간 분들은 아내 (고)김헬레나씨, 김글로리아 원장, 홍바울라 선생 등인데 노벨위원회 본부 1, 2층을 신기하게 들여다보면서 노벨상 공감 연대를 이루었었다. 여행은 마감되었고 그 사이 시간도 흘러 북유럽도 만년설로 기억 속에 까마득해졌다…. 그런데, 이번에 2024년도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것이다, 낯익은 노벨재단의 인터뷰 자리에서 코리아의 한캉’이라고 발표한 그 심사결과를 두고 이 연대는 기억을 떠올리며 실감으로 음미하고 또 기뻐하는 한때를 가질 수 있었다. 노벨위원회는 이렇게 그 놀라운 소식을 ‘한캉’이라는 서양식 발음에 실어 대한민국 전역에, 그리고 여행 공감 연대가 사는 진주에까지 전해질 수 있게 해준 것이리라

그날 저녁이었을까, 소설가인 한강 작가의 아버지 한승원씨는 수상자 딸에게는 미처 연락이 닿지 않은 듯 장흥에서 아버지로서 전국 기자들의 즉석 인터뷰를 받고 있었다. 그의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은 요지의 것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중진 작가들은 제3세대로 볼 수 있는데 이들 중에서 노벨상 근처에 있었던 작가들이지요. 이번에 2024년 수상자로 저의 딸인 제4세대 한강이 선정된 데는 제 나름으로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짐작은 하고 있습니다. 즉 3세대의 경우 리얼리즘으로 흐름을 읽을 수 있는데 다음 세대는 확실이 그 흐름이 다릅니다. 종전에 볼 수 없었던 더 구체적인 시적 취향이거나, 낭만이나 환상 같은 빛깔이 있다는 점입니다. 아버지인 저에게도 없는 것, 그 구체성을 도저히 따라잡기 힘드는 탄력적 산문의 탐구를 볼 수 있어요. 역사가 역사로만 일관하는 게 아니고 역사에 젖어서 나오는 어떤 현란한 이미지 같은 부분이 있단 이야기입니다.” 필자가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구어를 구어로 대략 짚어본 이야기라 인터뷰한 분이 읽으면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한승원 작가는 10여년 전 진주신문 가을 문예 본심 심사위원으로 진주에 와서 삼결(3가지 깨끗함)행사에 힘을 보태 주신 분이다. 필자가 붙인 이름 삼결행사란 재정이 깨끗하고(남성당한약방 제공) 주최 신문이 깨끗하고, 심사가 깨끗하다는 것이 삼결이라는 것이었다. 다시 한강, 자랑스럽다. 그의 가늘은 목소리도, 조심스런 노래 솜씨도, 술술 나오는 영어솜씨도 미소도 다다 우리니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정만석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