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재 남부취재본부장
고성군이 2년 연속 고성군민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면서 진퇴양난 고민에 빠졌다. 고성군민상은 건전한 지역사회 분위기 조성과 선진 군민의식 함양을 위해 1984년 제정돼 지역의 명예를 빛내거나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시상하고 있다.
분야별 돌려먹기 등의 비판이 나오면서 규정 개정에 들어가 지금은 지역사회 발전과 문화예술, 사회봉사, 교육, 체육 등 분야를 구분하지 않고 2명 이내로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고성군은 지난달 19일 ‘2024년 고성군민상 후보자 심의 및 수상자 결정’ 위원회를 개최했다. 수상자가 결정되면 소가야문화제가 열리는 10월 3일 군민의 날 기념식에서 시상키로 했다. 역대 군민상 수상자 대표와 군의원, 지역경제, 학계, 문화, 예술, 언론 등 각 분야에서 구성된 심의 위원들은 3명의 후보자를 두고 심의에 들어갔지만 수상자를 뽑지 못했다. 제적 위원 2/3 이상 찬성이란 규정을 충족하는 후보가 단 한명도 없어서다.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도 못했다. 결국 군민 최대의 잔치인 고성군민의 날 행사에서 군민상 수상자 없는 행사가 연이어 열리게 됐다.
필자는 ‘후보자 전원 탈락’이란 결과지를 들고 후속 취재를 구실로 지역의 유력 인사들을 만났다. 대부분 ‘매년 수상자를 배출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수상자의 격 유지를 위한 엄격한 기준 적용은 지켜져야 한다’는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박기태 고성군민상 동우회장을 만났다. 박 회장은 “역대 군민상 수상자들은 지역사회 봉사 등에 솔선수범으로 이바지해 왔는데 지금은 동우회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65세 이상 규정으로 사망에 따른 결원을 채우지 못하고, 재외향우 수상자의 현지 행사 참여가 어려운 점 등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이대로라면 군민상 수상자 없는 군민의날 행사가 언제까지 반복될지 알 수 없다. 지금 사회 일각에서는 반복되는 탈락 공식을 염두에 둔 유력 인사들이 후보자 추천을 거부할 수도 있겠다는 말까지 나돈다.
고성군민상으로 한정 짓지 말고 상의 본질을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우리가 종종 인용하는 말에 신상필벌(信賞必罰)이 있고, 권선징악(勸善懲惡)도 있다. 사람이 살만한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것인데, 장려와 경계로 구분된다. 죄는 엄중히 다뤄 벌 주면서 경계토록 하고, 선은 상 주면서 널리 퍼트려 살만한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상벌 기준의 엄격한 적용은 불문가지다. 죄는 법전에 따르면 된다 치고 상은 어쩌나.
다시 고성군민상으로 돌아와보자. 이 상은 군민이 주는 상이란 대의명분이 최고의 가치다. 사회적으로 특별한 후과는 없지만 고성인에게는 무엇보다 명예로운 상이다. 상은 본받을 행동을 권장하는 상징이다. 본(本)이 되는 고성인 누구나 수상자가 될 수 있어야 하고, 수상자를 견인하는 동인(動因)으로 기능하는 것이 군민상 제정의 본질이라고 본다. 혹자의 우려처럼 절차가 두려워 수상의 길을 포기하는 사태만큼은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
고성군은 농번기 고사리 손이라도 빌려야 할 정도로 할 일이 많다. 이런 때 군민상 동우회처럼 든든한 우군이 있을까 싶다. 군민상 동우회의 활용에 있어 아이디어 뱅크라 해도 좋겠고, 싱크탱크라 명명해도 좋겠다. 고성인의 최고 명예인 고성군민상 수상자는 매년 나와야 하고,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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