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호부터 낙동강까지 진주·의령·함안 강줄기 촬영
전시 출품 않고 혼자만 간직한 작품 97점 엄선
전시 출품 않고 혼자만 간직한 작품 97점 엄선
“남강은 저에게 애증의 강입니다. 남강댐이 만들어지기 전, 고향 함안 마을이 연례행사처럼 홍수로 고통받는 모습을 보며 원망하던 때도 있었지만 진주로 거처를 옮긴 후로는 멱을 감고 무더위를 식히는 낭만적인 장소가 됐죠. 단순한 강이라고 생각했더라면 사진 인생 40년 중 20년을 남강을 담는 데 매진할 수 없었을 겁니다.”
진주 진양호를 시작으로 의령을 지나 남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함안 대산면까지, 20년에 걸쳐 남강 일대의 모습을 흑백 사진으로 기록한 사진집이 발간돼 눈길을 끈다.
사진집을 낸 주인공은 현재 ㈔한국사진작가협회 진주지부 회원이자 진주사진사랑 고문으로 활동 중인 이덕환(75) 작가. 그와 사진의 인연은 고등학교 2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척 어른이 월남전 파병을 다녀오며 가져온 카메라에 호기심을 품고 이곳저곳을 앵글에 담았다. 하지만 이후 가정과 생업을 위해 한동안 사진을 멀리했다.
◇수입 카메라 잡지 사모으며 독학=다시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든 건 30대 중반이다. 쉽지는 않았다. 그 시절 체계적으로 사진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곤 서울 지역 대학에 개설된 극소수의 사진학과가 전부였다. 결국 독학을 택했다. 전시회를 섭렵하는 것은 물론, 부산으로 수입되던 아사히나 마이니치 등 일본 카메라 업체가 발행한 사진 잡지를 다달이 구해 읽으며 공부했다.
어깨 너머 배운 사진이지만 세월이 지나다 보니 이해가 쌓이고 요령도 생기게 됐다. 그 연륜을 바탕으로 한 때는 대학교 평생교육원이나 인근 중학교에서 사진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은 40년간 그의 카메라에 가장 많이 담긴 피사체는 남강 인근 풍경으로, 이를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년째 애증의 존재인 남강을 카메라에 담아왔지만, 그동안 단체 전시 등에 참가하면 남강 사진은 꼭꼭 숨겨두고 다른 사진들만 출품해 왔다.
언젠가는 남강 사진만을 모아 책으로 내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40년 사진 인생 집약 얼굴 같은 책=흑백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 파노라마 카메라 등으로 촬영한 사진 수만 점 중 97점을 엄선해 사진집 ‘남강유감’을 발간했다. 각종 출판 공모 사업 등에 선정될 경우 출판비 일부를 지원받을 수도 있겠지만, 비자금을 탈탈 털어 온전히 자비로 출판하기로 했다. 내 사진 인생을 집약해 내 얼굴 같고, 자식 같은 책에 누구의 간섭도 받고 싶지 않았다.
특히 흑백 사진의 품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작가는 “처음 인쇄를 맡긴 인쇄소는 마음에 차지 않았는데 무르기엔 위약금이 상당해 그대로 출판할지 한참 고민했다”며 “하지만 내가 납득이 가야 독자들도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흑백 사진집 발간 경험이 풍부한 인쇄소로 바꿨다”고 했다.
그렇게 나온 책에는 지난 20년간 남강 유역의 역사가 올올히 박혀 있다. 가뭄으로 진양호 물이 빠지면서 바닥에 드러난 나무뿌리, 진양호 수면이 얼어붙었던 날 떠오르는 태양에 반짝이던 수면의 얼음 조각, 습지 위로 쌓인 눈 사이로 동그란 문양처럼 드러난 숨구멍….
사진에 담긴 상당수의 모습은 최근 수변 정리 작업을 통해 더는 볼 수 없게 된 모습이다. 고향 함안에서 남강변 초목을 찍은 사진 ‘석별’은 촬영 몇 달 후 방문했더니 사진 속 모든 나무가 벌목으로 사라진 모습에 지금의 제목을 갖게 됐다.
이 작가는 모두의 무관심 속에서도, 묵묵히 우리의 곁을 지켜준 남강과 그 주변의 정취를 담은 ‘남강유감’이 독자 한 사람에게라도 옛 추억을 소환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남강 품은 사진집, 옛 추억 소환 계기되길=그동안 남강을 주제로 한 사진집이 발간된 적이 있지만 풍경에 집중한 사진만으로 채워진 사진집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앞서 남강을 둘러싼 진주 사람들의 삶을 다큐멘터리적 사진으로 기록했던 진주지역 원로 사진가 리영달 작가는 후배들이 남강을 주제로 하는 사진 작품을 많이 발표하기를 바라던 차 ‘남강유감’ 발간 소식을 접하고 축사에 나섰다.
리영달 작가는 “(이덕환의) 작품을 보면 저 내면 깊숙이에서 무언가 차오르는 환희심을 느낀다”며 “그의 작품세계는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작품 저변에 암호처럼 숨어있는 그 무언가 우리의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힘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 작가가 책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생각은 모든 내용을 한글과 영어로 표기한 것은 물론, 책 말미 작품 설명 코너에서도 느낄 수 있다. 각 작품을 조그만 사진, 제목, 촬영 연도·장소와 함께 작가의 설명을 덧붙였다. 통상 사진집 끝에 실리는 작품 설명은 작가가 아닌 출판사나 평론가의 분석이 담긴다는 점을 생각하면 새로운 시도다.
오랫동안 염원한 사진집을 낸 작가는 이제 새로운 꿈을 꾼다. 이 꿈 역시 남강과 맞닿아 있다.
“남강을 더 세밀하게 찍어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싶어요. 이번 사진집에는 진양호를 시작으로 물이 흘러가는 길을 담았는데, 그동안 담지 않았던 남강 상류 경호강이나 덕천강도 찍어볼까 하는 마음입니다. 그때야 189㎞ 길이의 남강을 온전히 담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곰단지. 144쪽. 4만 5000원.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진주 진양호를 시작으로 의령을 지나 남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함안 대산면까지, 20년에 걸쳐 남강 일대의 모습을 흑백 사진으로 기록한 사진집이 발간돼 눈길을 끈다.
사진집을 낸 주인공은 현재 ㈔한국사진작가협회 진주지부 회원이자 진주사진사랑 고문으로 활동 중인 이덕환(75) 작가. 그와 사진의 인연은 고등학교 2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척 어른이 월남전 파병을 다녀오며 가져온 카메라에 호기심을 품고 이곳저곳을 앵글에 담았다. 하지만 이후 가정과 생업을 위해 한동안 사진을 멀리했다.
◇수입 카메라 잡지 사모으며 독학=다시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든 건 30대 중반이다. 쉽지는 않았다. 그 시절 체계적으로 사진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곤 서울 지역 대학에 개설된 극소수의 사진학과가 전부였다. 결국 독학을 택했다. 전시회를 섭렵하는 것은 물론, 부산으로 수입되던 아사히나 마이니치 등 일본 카메라 업체가 발행한 사진 잡지를 다달이 구해 읽으며 공부했다.
어깨 너머 배운 사진이지만 세월이 지나다 보니 이해가 쌓이고 요령도 생기게 됐다. 그 연륜을 바탕으로 한 때는 대학교 평생교육원이나 인근 중학교에서 사진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은 40년간 그의 카메라에 가장 많이 담긴 피사체는 남강 인근 풍경으로, 이를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년째 애증의 존재인 남강을 카메라에 담아왔지만, 그동안 단체 전시 등에 참가하면 남강 사진은 꼭꼭 숨겨두고 다른 사진들만 출품해 왔다.
언젠가는 남강 사진만을 모아 책으로 내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40년 사진 인생 집약 얼굴 같은 책=흑백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 파노라마 카메라 등으로 촬영한 사진 수만 점 중 97점을 엄선해 사진집 ‘남강유감’을 발간했다. 각종 출판 공모 사업 등에 선정될 경우 출판비 일부를 지원받을 수도 있겠지만, 비자금을 탈탈 털어 온전히 자비로 출판하기로 했다. 내 사진 인생을 집약해 내 얼굴 같고, 자식 같은 책에 누구의 간섭도 받고 싶지 않았다.
특히 흑백 사진의 품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작가는 “처음 인쇄를 맡긴 인쇄소는 마음에 차지 않았는데 무르기엔 위약금이 상당해 그대로 출판할지 한참 고민했다”며 “하지만 내가 납득이 가야 독자들도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흑백 사진집 발간 경험이 풍부한 인쇄소로 바꿨다”고 했다.
그렇게 나온 책에는 지난 20년간 남강 유역의 역사가 올올히 박혀 있다. 가뭄으로 진양호 물이 빠지면서 바닥에 드러난 나무뿌리, 진양호 수면이 얼어붙었던 날 떠오르는 태양에 반짝이던 수면의 얼음 조각, 습지 위로 쌓인 눈 사이로 동그란 문양처럼 드러난 숨구멍….
사진에 담긴 상당수의 모습은 최근 수변 정리 작업을 통해 더는 볼 수 없게 된 모습이다. 고향 함안에서 남강변 초목을 찍은 사진 ‘석별’은 촬영 몇 달 후 방문했더니 사진 속 모든 나무가 벌목으로 사라진 모습에 지금의 제목을 갖게 됐다.
이 작가는 모두의 무관심 속에서도, 묵묵히 우리의 곁을 지켜준 남강과 그 주변의 정취를 담은 ‘남강유감’이 독자 한 사람에게라도 옛 추억을 소환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남강 품은 사진집, 옛 추억 소환 계기되길=그동안 남강을 주제로 한 사진집이 발간된 적이 있지만 풍경에 집중한 사진만으로 채워진 사진집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앞서 남강을 둘러싼 진주 사람들의 삶을 다큐멘터리적 사진으로 기록했던 진주지역 원로 사진가 리영달 작가는 후배들이 남강을 주제로 하는 사진 작품을 많이 발표하기를 바라던 차 ‘남강유감’ 발간 소식을 접하고 축사에 나섰다.
리영달 작가는 “(이덕환의) 작품을 보면 저 내면 깊숙이에서 무언가 차오르는 환희심을 느낀다”며 “그의 작품세계는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작품 저변에 암호처럼 숨어있는 그 무언가 우리의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힘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 작가가 책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생각은 모든 내용을 한글과 영어로 표기한 것은 물론, 책 말미 작품 설명 코너에서도 느낄 수 있다. 각 작품을 조그만 사진, 제목, 촬영 연도·장소와 함께 작가의 설명을 덧붙였다. 통상 사진집 끝에 실리는 작품 설명은 작가가 아닌 출판사나 평론가의 분석이 담긴다는 점을 생각하면 새로운 시도다.
오랫동안 염원한 사진집을 낸 작가는 이제 새로운 꿈을 꾼다. 이 꿈 역시 남강과 맞닿아 있다.
“남강을 더 세밀하게 찍어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싶어요. 이번 사진집에는 진양호를 시작으로 물이 흘러가는 길을 담았는데, 그동안 담지 않았던 남강 상류 경호강이나 덕천강도 찍어볼까 하는 마음입니다. 그때야 189㎞ 길이의 남강을 온전히 담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곰단지. 144쪽. 4만 5000원.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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