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보 함양백전초등학교 교사
추앙(推仰)은 ‘높이 받들어 우러러봄’이라는 사전적 의미로, 영어 ‘respect(존중)’로 번역된다. 배우 손석구(구씨 역), 김지원(미정 역) 주연의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에서 “나를 추앙해요”라는 대사로 더욱 많이 회자되고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극 속에서 ‘미정’은 ‘구씨’에게 대뜸 자신의 평가절하된 삶을 추앙해달라고 요구한다. 느닷없는 주문에 ‘구씨’는 그러겠다고 약속하고,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존중한다. 덕분에 그녀는 자신의 사랑스러움을 발견하고자 달려들었다가 자신의 볼품없음만 확인하고 돌아서는 일상의 많은 관계 속에서 마침내 해방된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자신의 결핍된 무언가를 한껏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 이나 될까? ‘배우 손석구씨 정도가 아니면 힘들지’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누군가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추앙하고, 존중해준다는 게 참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하다. 과연 불가능한 일일까? 만약 가능하다면 도대체 언제, 누가! 자신의 사랑스러움을 충분히 채워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질문을 많은 교육학자와 심리학자에게 건넨다면 아마 ‘어린 시절 부모의 양육환경과 교사의 교육환경 속에서 수많은 추앙과 존중의 기회가 있고, 이는 그 사람의 평생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경험하는 모든 순간을 곁에서 오롯이 바라보고 따뜻이 안아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부모와 교사이고, 아동기의 건강한 ‘충족 경험’과 ‘좌절 경험’은 각각 ‘자기효능감’과 ‘회복탄력성’을 높여줌으로써 결국 ‘긍정적인 자아상’를 형성해 주기 때문이다.
교육의 시작점은 ‘아이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여 장점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래 가지고 있었던 아이의 보물같이 빛나는 모습들을 맘껏 찾아주고, 한껏 기뻐하는 것’임을 나는 부끄럽게도 몇 해 전에서야 깨닫게 됐다. 이에 하루 한 명씩 칭찬 문자 보내기 교육활동을 매일 실천하며 ‘교실 속 숨은 보물찾기’라는 책을 출판하였고, 네 가지 ‘관’(관심, 관찰, 관점, 관계)의 개념을 나름대로 정립해 ‘아이를 오롯이 바라보는 것’이란 무엇인지 학부모와 교원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하면서 함께 공부해 나가고 있다. 자기 존중(self-respect)의 씨앗을 심어주는 사람은 바로 부모와 교사다. 아이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내면의 보물들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고 힘 있게 지켜갈 수 있도록 곁에 함께하는 이들이 바로 현실 속의 ‘구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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